'깜짝 발탁'의 주인공인 이정협(24·상주)은 요즘 '군데렐라'로 불린다. 군대에서 탄생한 신데렐라의 줄임말이다. 인생 역전이다. 소속팀 상주에서 백업 조커였던 그는 모두의 예상을 깨고 울리 슈틸리케 감독의 선택을 받았다. 이정협은 2015년 호주아시안컵 최종엔트리 23인에 이름을 올리며 호주에서 슈틸리케호의 여정에 동행하고 있다.
출발이 화끈했다. 4일 열린 사우디아라비아와의 최종 리허설에서 1-0으로 앞선 후반 46분 득점에 성공, A매치 데뷔전-데뷔골의 주인공이 됐다. 10일 열린 오만과의 조별리그 A조 1차전에서는 후반 26분 조영철(카타르SC)과 교체 투입돼 그라운드를 밟았고, 13일 쿠웨이트전에서도 후반에 교체 출격해 18분을 뛰었다. 무명의 K리거가 아시안컵에서 '조커'의 역할을 수행 중이다. 아직 활약이 미비해 그에 대한 평가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 하지만 이정협을 바라보는 소속팀 상주의 박항서 감독과, 국군체육부대(상무)의 시선에는 '웃음'이 가득하다.
박 감독은 쿠웨이트전에서 이정협의 플레이를 지켜본 뒤 "정말 열심히 하려는게 눈에 보인다"고 했다. 그러나 평가에 대해서는 "워낙 쿠웨이트전에서 대표팀 경기력이 좋지 못했다"며 말을 아꼈다. 타깃형 공격수 역할에 대해서는 고개를 저었다. "대표팀에서 타깃형 공격수로 선발했다고 하지만 지금까지 대표팀에서 정협이는 측면으로 빠지는 플레이를 했다. 타깃형 공격수의 모습은 아니었다."
박 감독은 제자의 활약을 기원했다. 55년만에 아시안컵 정상 탈환에 도전하는 대표팀은 물론, 상주에도 큰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박 감독은 "올해도 정협이를 조커 자원으로 생각하고 있지만 대표팀에 다녀오면 선수들이 자신감이 몰라보게 좋아지곤 한다. 많이 자신감을 얻고 돌아왔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어 "정협이의 컨디션이 좋아 보이면 공격수 주전 경쟁도 더욱 치열해질 수 있지 않겠나. 조동건, 한상운, 박기동과 최전방 공격수 경쟁을 할 수도 있다. 다른 선수들도 긴장해야 할 것"이라며 미소를 보였다.
상무도 부대 출신의 선수들이 메이저대회에 잇따라 출전하는 것에 고무돼 있다. 2014년 브라질월드컵에서는 이근호가 상무 출신으로 출전해 1골-1도움의 활약을 펼쳤다. 이정협이 상무 출신의 계보를 이어 아시안컵에 출전했다. 이정협의 사우디전 득점과 관련된 부대내 해프닝도 있었다. 사우디전에서 득점에 성공한 뒤 거수경례를 하던 이정협의 '자세' 때문이다. 고명현 국군체육부대장은 14일 2015년 문경세계군인체육대회 관련 체육기자단 간담회에서 "우리 부대에 온 훌륭한 선수들에게 군인정신과 국가관을 심어준다면 국격을 더 높일 수 있다고 믿고 있다. 얼마전 이정협이 사우디전에서 멋진 골을 넣었는데, 경례 자세가 잘못됐다고 국방부에서 민원이 들어왔다. 우리 군인들의 일거수일투족이 중요하다는 것을 절실히 느꼈다"며 에피소드를 설명했다. 이정협이 거수경례를 할 당시 오른 엄지의 위치에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이다. 고 부대장의 말 속에는 국제 무대에서 상무 출신의 선수가 득점을 기록했다는 자부심과 더불어, 거수경례마저 오차 없이 수행하길 바라는 마음이 가득 담겨 있었다. 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