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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 구위에 놀란 김성근 감독, "순간, 김광현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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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 좋을때의 김광현을 보는 것 같았어."

흙에 묻혔던 진주들이 서서히 더께를 벗어내고 있다. 다듬을수록 광채가 난다. 한화 이글스를 어떻게 개막전까지 강하게 만들 수 있을지 고민에 빠졌던 김성근(73) 감독의 얼굴에도 조금씩 미소가 배어나왔다. "너무 힘들어서 스트레스를 받다가도 이런 모습을 보면 기쁘고, 재미가 있어. 이게 바로 훈련의 묘미가 아닌가 싶어." 선수들의 발전은 김 감독에게는 스트레스를 날리는 묘약이다.

여러 선수들이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이번 캠프에서 김 감독은 야수 파트는 코칭스태프에게 일임하겠다는 선언을 공개적으로 한 바 있다. 투수 조련에 집중하겠다고 했다. 그렇게 캠프 첫날(15일)부터 투수들을 유심히 관찰하고, 지도한 결과 몇몇 선수들에게서 만족스러운 모습을 찾았다. 특히 FA로 영입한 좌완투수 권 혁의 투구에서 김 감독은 꽤 흥미로운 경험을 했다. SK 와이번스 감독 시절의 애제자로, 김 감독이 한국을 대표하는 좌완투수로 키워낸 김광현의 투구를 보는 듯한 느낌을 받은 것.

권 혁은 캠프 도착 이틀 째인 지난 16일에 약 80개 정도의 불펜 피칭을 했다. 이미 몸은 12월 사이판에서의 개인훈련을 통해 충분히 다져놓은 상태. 그래서 김 감독이 원하는 대로 힘껏 많은 공을 던질 수 있었다. 일단 여기서부터 합격점이었다.

그런데 이 투구를 지켜보던 김 감독은 속으로 감탄을 금치 못했다고 한다. 아직 100%의 몸상태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간간히 놀랄만큼 위력적이 공을 뿌렸기 때문이다. 김 감독은 "저런 공이면 150㎞까지도 나올 듯 싶었다. 그걸 보며 광현이가 생각났다. 입단 후 막강한 공을 던질 때의 김광현을 보는 듯했다"고 말했다.

대단한 극찬이다. 김성근 감독에게 김광현이란 '최고의 좌완투수'와 같은 개념이다. 직접 키워내기도 했거니와 부상 이전의 한창 좋을 때의 직구는 국내 투수들에게서는 볼 수 없는 구위였다고 평가하기 때문. 그런 김광현이 떠오른다고 했으니 권 혁의 구위가 얼마나 김 감독의 마음을 사로잡았는지 알 수 있다.

김 감독은 이미 오래전부터 권 혁의 가치에 주목한 바 있다. 지난 12월초, 대전에서 치른 한화의 'FA 3인방(배영수 송은범 권 혁) 입단식' 때부터 이런 분위기가 감지됐다. 김 감독은 당시 권 혁에 대해 "마무리감으로도 생각하고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구종 한 가지 정도는 더 추가해야 한다"며 매우 디테일한 운용 계획과 숙제를 내준 바 있다.

지난 스토브리그에서 친정팀 삼성을 떠나 한화와 4년 총액 32억원에 계약한 권 혁은 자신에 대한 김 감독의 이러한 구체적인 운용계획을 듣고 더욱 큰 동기를 부여받았다고 한다. 그래서 프로 입단(2002년) 이후 가장 바쁘고 분주한 12월을 보냈다. 최적의 몸상태로 한화 캠프에 참가하기 위해서였다. 그 노력이 김 감독의 감탄으로 이어진 것이다. 김 감독은 "이제 얼마나 아프지 않고 던질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참 기대가 많이되는 선수"라며 권 혁이 끝까지 분발해줄 것을 촉구하고 있다. 현재의 페이스가 계속 유지된다면 권 혁은 분명 한화 불펜의 큰 기둥이 될 듯 하다.

고치(일본 고치현)=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