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전창진 kt 소닉붐 감독(52)이 병원 신세를 졌다. 3일 과로 증세로 입원, 정밀 검사를 받았다. 의사는 큰 이상은 없지만 휴식 겸 추가 검사를 위해 며칠 더 입원하는 게 좋겠다고 권고했다. 그 바람에 전창진 감독은 5일 홈에서 벌어질 모비스와의 2014~2015시즌 KCC 남자농구 홈경기에는 벤치에 앉기가 힘든 상황이다. 그 경기는 김승기 수석코치가 대신 지휘봉을 잡을 예정이다. kt 농구단은 전창진 감독은 7일 오리온스와의 원정 경기 때 코트로 돌아올 것 같다고 밝혔다.
아직 왕성하게 활동할 나이인 프로농구 사령탑이 시즌 중도에 병원에 입원하는 사례는 흔치 않다. 전창진 감독은 최근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렸다. kt 구단 스태프에 따르면 그는 6강 싸움에 치열해지면서 최근 거의 숙면을 취하지 못했다고 한다. 전 감독은 술을 거의 마시지 못한다. 대신 담배를 많이 피운다. 식사량도 많지 않다. 주로 대화로 스트레스를 푸는 편이다. 하지만 최근엔 말수도 확 줄었다. 몸에 피로가 누적될 수밖에 없다. 그는 최근 팀 트레이드에게 몸이 이상하다는 증세를 호소했고 바로 병원으로 갔다.
기자는 지난달 29일 부산 사직체육관에서 전 감독을 만났다. 당시에도 그는 기운이 없어 보였다. 평소 자신만만한 모습과는 완전히 달랐다. 그는 "내가 슬럼프에 빠진 것 같다. 다 내 책임이다. 외국인 선수 구성도 그렇고, 시즌이 끝나면 내가 책임을 져야 할 부분이 있다. 여러가지로 힘들다"고 했다.
kt는 요즘 피말리는 6강 싸움 중이다. 3일 현재 20승22패로 전자랜드와 공동 6위다. 5위 오리온스와는 1.5게임차이고, 8위 KGC와는 3게임차다. 앞으로 12경기를 남겨두고 있다. 지금은 매경기가 결승전이다. 그런데 kt는 최근 주춤하고 있다. 베테랑 가드 전태풍이 허리 통증으로 전력에서 빠져 있다. 간판 슈터 조성민은 상대의 집중 수비에 막혀 고전할 때가 많다. 외국인 선수 찰스 로드 마저 한창 좋을 때의 페이스가 아니다.
전창진 감독은 현장 책임자로서 성적에 대한 책임을 회피할 생각은 없다. 그는 이번 시즌까지 kt와 계약이 돼 있다. 전 감독은 지난 2013~2014시즌을 마치고 1년 계약이 남은 상황에서 사령탑을 찾고 있던 타 구단의 감독 후보군에 이름이 올랐었다. 전 감독은 의리와 명분을 중요하게 생각해 정중하게 사양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kt에서 계약 기간을 다 채우면서 보란듯이 성적을 내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 그런데 최근 그와 수년째 호흡을 맞췄던 단장이 kt그룹 인사에 따라 물러났다. 스포츠단에서 단장은 감독과 함께 쌍두마차 역할을 한다. 6강 싸움의 분수령에서 전 감독은 갑자기 함께 싸웠던 동지를 잃어버린 셈이다. kt그룹은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지체없이 신임 단장을 발령냈다. 하지만 서로를 알아가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
6강 싸움은 최근 흐름이라면 시즌 마지막 경기까지 갈 가능성이 높다. kt는 플레이오플 포기할 상황이 아니다. 전 감독이 툭툭 털고 일어나야 kt가 마지막 뒷심을 낼 수 있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