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취재진과의 인터뷰가 다소 부담스러울 수도 있다."
5일 일본 가고시마현 이부스키의 이와사키 연습구장서 만난 J리그 우라와 미디어 담당관은 이충성(30·일본명 리 다다나리)의 인터뷰에 우려를 드러냈다. 지난해 서포터스의 인종차별걸개로 J리그 사상 첫 무관중 징계 철퇴를 맞아본 우라와 입장에선 일본 귀화 공격수인 이충성의 한국 언론 인터뷰 의도가 자칫 왜곡될 수도 있다는 우려를 하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우려는 곧 기우가 됐다. "괜찮습니다. 오랜만에 한국어로 인터뷰를 하니 잘 안되네요(웃음)."
이충성은 대전과의 연습경기서 1군팀으로 출전해 전후반 90분을 모두 소화했다. 위협적인 공간패스와 동료를 활용하는 영리한 움직임, 날카로운 슈팅 모두 일본 대표팀 시절과 차이가 없었다. 비록 공격포인트는 소화하지 못했으나 팀의 1대0 승리에 일조했다. 이충성은 경기 후 "아직 팀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나 역시도 마찬가지다. 100%의 몸상태로 치른 경기는 아니었다"면서 "시간이 흐를수록 나아질 것"이라고 밝은 표정을 지었다.
지난해 J리그 준우승을 차지한 우라와는 2015년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에서 2007년 이후 8년 만의 우승에 도전한다. 이충성은 슬로베니아 출신 공격수 즐라탄과 함게 우라와 공격진의 핵심으로 활약할 예정이다. 첫 맞대결은 오는 25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펼쳐질 수원전이다. 이충성은 "ACL은 J리그와 다른 큰 무대"라며 "수원과의 첫 경기에 모든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특별한 의미가 있는 대결이다. 같은 재일교포 출신인 북한 대표팀 공격수 정대세와 FC도쿄 시절 친구인 오장은이 수원에서 활약 중이다. 이충성은 "(정)대세형이 지난해 결혼식 때 '이제 장가 갈 때 되지 않았냐'고 하더니 이번엔 '절대로 질 수 없다'고 이야기하더라"며 "(오)장은이도 맞대결을 고대하고 있으니 열심히 하라고 하더라"고 웃었다.
이충성에게 정체성은 영원히 뗄 수 없는 꼬리표다. 파란만장한 축구인생 속에 굴레도 어느 정도 벗어낸 듯 했다. "한국 대표로 뛰고 싶었지만 일본으로 귀화해 대표팀 유니폼까지 입었다. 하지만 이젠 국적 문제보다는 '축구선수 이충성'으로 이름을 남기고 싶다. ACL에서 반드시 좋은 모습을 보이고 싶다."
이부스키(일본)=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