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 김영민 감독의 인터뷰는 밋밋하다.
예를 들어 승리를 거두면 "역시 기본이 중요하다. 리바운드와 수비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패할 경우에는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을 못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의 전술은 간단하지 않다. 예를 들어 시즌 초반 보여줬던 3-2 지역방어는 인상적이었다. 쉽게 가기 위해서는 동부가 몇 년 전 즐겨쓴 3-2 드롭존(3-2 지역방어의 변형으로 김주성을 3점슛 라인 중앙에 세운 뒤 순간적으로 골밑에 더블팀하는 수비전술)을 사용할 수도 있었다. 단기전에서는 여전히 매우 유용하다. 하지만 올 시즌 동부에는 맞지 않았다. 3점슛 중앙에 서는 김주성과 윤호영의 체력소모가 극심한 전술이다.
올 시즌 두 선수의 몸상태는 완전치 않다. 김주성은 대표팀 차출로 인한 체력부담이 많다. 윤호영은 부상에서 회복된 지 얼마되지 않았다. 결국 정규리그에서 이 전술을 쓰는 것은 두 선수의 부상확률을 높일 수 있었다.
때문에 고안한 전술은 사이먼, 김주성, 윤호영이 트라이앵글 형태로 선 뒤 양쪽 가드들은 대인방어 형태로 상대 슈터를 막는 변형 3-2 지역방어다. 외곽에 찬스가 나면 기동력이 좋은 김주성과 윤호영이 순간적으로 메울 수 있는 작전. 체력소모도 3-2 드롭존보다는 적게 든다. 시즌 초반 모비스 외에는 동부의 이같은 전술을 효율적으로 깨지 못했다.
LG의 연승행진을 가로막은 변형전술도 준비를 하고 나왔다. 제퍼슨이 미드 레인지 부근에서 공을 잡으면 윤호영이나 김주성이 기습적인 더블을 하고 나머지 선수들이 외곽을 막는 형태였다. 결국 경기 초반 이같은 전술이 제대로 먹히며 동부는 LG를 완파할 수 있었다.
이런 부분에 대해 구체적으로 질문을 던져도 그의 답변은 추상적인 경우가 많다. 예를 들면 "우리가 미리 준비했던 부분이고, 상대의 약점을 노린 부분이다. 별 건 아니다"라고 말하는 식이다.
경기 전 라커룸에 들어가면 김영만 감독은 항상 효율적으로 편집된 상대팀 경기장면을 보고 있다. 기자들과 대화를 하면서도 그는 화면으로 고개를 돌리는 경우가 많다.
그 이유는 명확하다. 김 감독은 "아직 초보이기 때문에 순간적으로 감이 잡히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여러차례 화면을 보면서 경기 중 써야 할 전술을 정리한다"고 했다.
모든 팀들은 기본적으로 준비를 한다. 하지만 감독 성향에 따라 A 전술을 들고 나왔을 때, 상대가 효율적으로 막아내면 더 이상 대책이 없는 경우가 많다. 반면 탁월한 지도력을 갖춘 사령탑은 A 플랜 뿐만 아니라 상대의 전술변형에 따라 B, C까지 고려한다. 김 감독이 경기 전 뿐만 아니라 숙소에서도 항상 비디오를 시청하는 이유는 그런 B, C 플랜을 만들어내려는 몸부림이다.
그는 "아직 경험이 부족하기 때문에 그런 부분이 약하다. 노력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김 감독이 시즌 초반 가장 뛰어난 부분은 '인내심'이었다. 한 경기의 승패에 일희일비하지 않았다. 철저히 밸런스를 맞추려고 노력했다. 김주성과 윤호영의 출전시간을 철저하게 조절했다. 최대한 게임플랜을 상세히 만들어 백업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했다. 그 결과 동부의 약점으로 지적됐던 가드진의 약점은 시즌이 흐를수록 메워졌다. 최근에는 박병우 박지현 두경민 허 웅 김현중 등 상황에 따라 쓸 수 있는 카드가 많아졌다.
수비력이 좋은 김창모도 최근 '히트 작품'이다. 그는 시즌 전 전지훈련에서 일본 프로팀과의 연습경기에서 혼혈 가드, 포워드들을 기가 막히게 수비했다. 탄력과 파워가 좋은데다, 스피드와 지구력이 뛰어났다. 여기에 근성까지 갖춰 수비력 하나만큼은 일품이었다. 경험이 부족하다는 점, 공격 스킬이 부족하다는 약점은 가지고 있는 선수였다. 그는 시즌 중반 윤호영의 백업이나 모비스 문태영, LG 문태종 등 득점력 좋은 포워드들을 막기 위해 투입, 성공을 거뒀다.
초보 사령탑에게 가장 중요한 기본은 팀을 장악하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팀이 어수선하면 아무리 뛰어난 전술과 전략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무용지물이다. 객관적 전력보다 좋은 성적을 얻고 있는 모비스, KT, 전자랜드의 공통점이다.
김 감독이 비교적 수월하게 선수단 장악을 할 수 있었던 원인 중 하나는 김주성의 존재감이 있다. 하지만 그런 부분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것도 결국 감독의 몫이다.
동부는 30승14패(9일 현재)로 2위 SK에 2게임 차로 맹추격 중이다. 예상보다 훨씬 좋은 성적이다. 시즌 전 동부의 예상됐던 약점 중 하나는 초보감독 김영만이었다. 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