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트윈스 간판 스타 박용택(36)은 달변가다. 시즌 때는 웬만해선 인터뷰를 잘 안 한다. 그런데 한번 작정하면 이야기 보따리를 시원하게 풀어낸다. 박용택은 말을 맛깔나게 풀어내는 재주가 있다. 수위가 좀 높은 발언도 조절을 잘 해서 얘기를 한다.
그는 2014년 11월말 두번째 FA 계약을 했다. 4년에 총액 50억원. 30대 중반에 이런 '대박'은 쉽지 않다. 박용택과 25일 일본 오키나와에서 만났다.
▶FA 계약한 거 잊어버렸다
그의 얼굴은 무척 편안해보였다. 박용택은 25일까지 연습경기에 단 한번도 출전하지 않았다. 그는 "주위에서 올해는 게임수도 많아졌고 나이 걱정도 했다. 그래서 더욱 밀도있게 준비를 했다. FA 계약을 해서 더 잘 해야겠다는 건 아니다. 부담감 같은 건 잘 모르겠다. 첫 FA 계약을 했을 때는 긴장을 했는데 이번에 그렇지 않다. 팀을 옮긴 것도 아니고. 이미 난 FA 계약했다는 거 잊어버렸다"고 말했다.
양상문 감독은 올해 박용택에게 중심타자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시즌을 1번 타자로 시작했다. 높은 출루율을 보여주었다.
박용택은 "지난해 포인트가 출루율이었다면 올해는 타점이다. 먼저 감독님이 강조하신 주자 3루에서 득점 100%를 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그 부분은 내가 가장 자신있어 하는 것이다. 중심타자라면 주자가 없을 때도 장타로 득점을 올리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고 했다.
▶숫자를 좋아한다
박용택은 야구를 대하는 자세가 매우 학구적이다. 준비 과정에서 데이터를 찾아보고 또 매우 구체적인 목표치를 정한다. 스프링캠프를 시작하면서 자신의 노트에다가 깨알 같은 목표를 숫자화한다고 했다. 심지어 타석과 타수까지 정해놓는다.
박용택은 "내가 적은 거를 외부로 공개하지는 않는다. 작년 이맘 때 출루율을 4할3푼으로 정했는데 달성했다. 최근 2~3년 동안은 홈런과 도루 빼고는 웬만한 목표는 다 달성했다"고 말했다. 그는 LG가 4강 이상의 성적을 내기 위해선 투수력도 중요하지만 타력이 올라와야 가능하다고 했다.
그는 요즘 급성장하고 있는 후배들에게 노하우 전수를 아끼지 않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타격코치의 영역을 침범하는 걸 무척 조심스러워했다. 박용택은 "노찬엽 타격코치님은 선수들끼리 서로 타격에 대해 얘기하고 도움을 주고받는 걸 허락하는 편이다. 사실 늘 같이 훈련하는 선수들끼리의 대화가 도움이 많이 된다"고 말했다. 노찬엽 코치는 요즘 LG 타자들이 스스로 문제점을 찾아 수정하도록 지도하고 있다.
박용택은 자신이 개인적으로 두고 있는 타격코치를 1년 후배 정성훈이라고 했다. 타격에서 잘 안 풀릴 때 정성훈에게 한마디로 꼬집어달라고 하면 정확하게 찾아낸다는 것이다. 요즘 박용택은 후배 오지환에게 타격에 대한 조언을 해주고 있다. 오지환이 겨우내 박용택과 흡사한 타격폼으로 수정했기 때문이다.
▶올해는 뛰려고 한다
박용택은 올해 도루에 대한 욕심을 내보겠다고 했다. 그는 2005년 도루왕(43개) 타이틀을 차지했었다. 그렇다고 10년전으로 돌아가겠다는 건 아니다.
그는 최근 2년간 도루(24개)에 소극적이었다고 했다. 도루는 과감하지 않으면 성공하기 어렵다. 솔직하게 FA를 앞두고 부상에 대한 두려움이 앞섰다고 했다. 하지만 박용택은 이제 홀가분 상황이다. "감독님이 계속 옆구리를 쿡쿡 찔렀다. 며칠 전 단거리 초재기를 했는데 뛰는 모습을 보시고는 올해는 좀 뛰겠네라는 말씀을 하셨다. 이 한 몸 바칠 준비를 하고 있다."
박용택은 나이는 적지 않지만 아직도 뛰는데 자신감을 보였다. 후배들과 단거리를 달려도 2~3등을 할 수 있다고 큰 소리를 쳤다.
또 올해 LG가 선발 류제국과 우규민이 로테이션에 합류할 때까지 버텨준다면 삼성 SK와 재미있는 승부를 벌일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류제국과 우규민의 공백이 느껴지더라도 '가을야구'를 할 힘은 있다고 했다.
오키나와=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