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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 개막 D-4]니폼니시 감독이 '니포의 후계자들'에게 보내는 조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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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보지 못한 첫 사랑을 만난 것 같습니다." "이제 감독이 된 후 만나니까 감회가 새롭구만."

조성환 제주 감독은 터키 안탈리아 카야 호텔에서 손을 마주잡은 노신사를 바라보며 눈빛을 반짝였다. 노신사 역시 대견한 듯 조 감독에게 애정어린 충고를 보냈다. 노신사는 바로 K리그에 큰 족적을 남긴 발레리 니폼시니 감독(72·러시아)이다.

니폼니시 감독은 한국을 떠난지 벌써 17년이나 됐지만, 올시즌 K리그 클래식에서 가장 주목받는 이름 중 하나다. 세밀하고 정교한 중원 플레이를 바탕으로 파격적인 전략과 전술을 펼친 이른바 '니포축구'는 K리그에 큰 영향을 미쳤다. 니폼니시 감독의 제자인 윤정환 울산 감독, 조성환 제주 감독, 남기일 광주 감독이 올시즌 클래식 무대를 누빈다. 클래식 12개 구단 중 3명의 사령탑이 '니포 축구'를 경험했다는 사실은 상당한 의미를 지닌다. 지난 1월 터키 안탈리아에서 니폼니시 감독을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니폼니시 감독 역시 제자들의 선임에 대해 알고 있었다. 니폼니시 감독은 "소식을 듣고 무척 기뻤다. 재능있던 이들이 이제 감독이 돼 젊은 선수들을 가르치고 있다니 '내가 나이를 많이 먹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웃었다. 러시아, 일본, 우즈베키스탄, 터키, 카메룬 등 세계 각지를 누빈 니폼니시 감독이지만, 한국은 역시 잊을 수 없는 무대다. 니폼니시 감독은 "한국 선수들의 의욕과 성실함을 잊을 수 없다. 그들과 함께 한 기억은 지도자 생활 중 가장 행복한 순간이었다"고 했다.

감독 경력만 33년째인 니폼니시 감독은 첫 발을 내딛는 제자들에게 현실적인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선수들의 마음을 얻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이들이 내 철학과 훈련법에 만족한다면 그 다음 팬들이 원하는 축구를 할 수 있다. 끊임없는 소통을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전임 감독이 했던 것을 답습하지 말고, 감독이 되기 전부터 하고 싶었던 스타일을 끝까지 고수해야 한다. 모든 결정을 감독이 해야하기에 확실한 철학과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했다. 옆에 있던 조 감독이 고개를 끄덕였다.

70세가 넘은 노신사는 여전히 에너지가 넘쳤다. 그는 "젊은 선수들과 매일 훈련하며 기운을 받기 때문"이라고 했다. 기회가 된다면 한국에서 제자들의 경기를 보고 싶다는 바람도 숨기지 않았다. 니폼니시 감독이 뿌린 씨앗은 여전히 K리그에 숨쉬고 있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