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멋진 등번호를 달 수 있는 날이 오겠죠?"
롯데 자이언츠 이종운 감독이 매번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하는 선수가 1명 있다. 신인 내야수 강동수다. 7일 SK 와이번스와의 시범경기에서 1대2로 석패했는데 경기 중간 교체로 투입돼 도루를 실패하는 등 별다른 활약을 보여주지 못한 강동수에 대해 "잘했다"라고 공개 칭찬했다.
강동수는 부경고와 경남대를 졸업하고 지난해 신인드래프트 2차 7라운드로 롯데에 지명된 신인 내야수. 주포지션은 유격수고 2루 수비도 가능하다. 사실상 '이종운의 남자'다. 이 감독은 감독 취임 후 주야장천 "빠른 선수를 좋아한다. 그리고 타석에서 끈질기고 독하게 야구를 하는 선수에게는 무조건 기회를 줄 것"이라고 강조해왔다. 이 감독은 강동수를 보자마자 반했다. 빠른 발에 수비도 안정적이었다. 힘은 없지만 타석에서 상대를 끝까지 물고 늘어졌다. 가고시마 캠프에서 열린 자체 청백전에서는 2루 주자로 있었는데 중견수 방면 깊은 플라이 타구가 나왔다. 중견수가 공을 잡자 지체 없이 내달린 강동수는 홈까지 파고들어 세이프 판정을 받았다. 상대팀 중계 플레이가 그렇게 나쁘지도 않았다. 강동수의 빠른 발과 상황 판단이 돋보이는 장면이었다.
지금 추세로만 간다면 주전까지는 아니어도, 1군에 살아남을 확률이 크다. 전천후 내야 백업에 대주자로도 활용이 가능하다. 가고시마 2차 캠프에서 야수 신인으로는 유일하게 생존했다.
그런데 눈에 띄는게 있다. 등에 꽉 찬 번호. 강동수의 등번호는 115번이다. 보통 세자릿수 등번호는 육성선수들이나 신인 중 일부 선수들이 단다. 그런데 1군 엔트리 진입이 유력한 선수가 세자릿수 등번호이니 여간 폼이 나지 않는다. 보통 구단들은 세자릿수 등번호를 단 육성선수나 신인급 선수들이 1군에 합류하면 두자릿수 등번호로 바꿔주는게 일반적이다.
그런데 강동수는 시범경기에도 115번이 달린 유니폼을 입고 나왔다. 1군 진입 가능성이 없어 그런게 아니다. 롯데의 팀 사정 때문이다. 롯데는 이번 시즌을 앞두고 신인, 신고선수를 예년보다 많이 뽑았다. 이종운 신임감독 체제 하에 코치들도 대폭 보강했다. 때문에 두자릿수 등번호가 남지를 않았다. "정말 남는게 없나"라고 묻자 선수단 등번호 표를 보여줬는데 진짜 0번부터 99번까지 꽉 차있었다. 신인 중에는 비교적 상위 라운드에 선발된 석지형(48번) 전병우(86번) 손준영(89번) 안태경(91번) 만이 두자릿수 등번호를 다는 행운을 누렸다. 그렇다고 기존 선수들의 등번호를 빼았아 강동수에게 줄 수도 없다.
강동수는 "지금은 세자릿수 등번호이지만 언젠가는 저도 멋진 등번호를 달고 그라운드를 누빌 날이 오겠죠"라고 말하며 밝게 웃었다. 야구에서 등번호는 중요치 않다. 많은 팬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세자릿수 등번호가 약간의 민망함을 줄 수는 있다. 중요한 건 세자릿수 등번호를 단 선수가 두자릿수 등번호의 선수보다 더 잘해 1군에서 더 많은 출전 기회를 갖는다면 그게 최고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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