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야 글러브요? 가방 안에 곱게 모셔놨어요."
짧았던 외도는 끝났다. 다시 친숙한 장비들을 주섬주섬 꺼냈다. 오랫동안 해오던대로 정성껏 하나씩 하나씩. 포수는 착용해야 할 장비가 한 둘이 아니다. 시간도 오래 걸리고, 무게도 장난 아니다. 그래도 한화 이글스 박노민은 웃었다. 다시 '포수'로 돌아온 것을 이제서야 체감한 것이다.
박노민은 김성근 감독(73)이 부임한 이후 많은 변화를 겪은 선수 중 하나다. 한화에서는 지난해 마무리캠프와 올해 스프링캠프를 거치며 여러가지 변화를 겪은 인물이 수도 없이 많다. 팀의 체질 개선을 위해 포지션을 바꾸기도 했고, 개인 기량을 늘리기 위해 여러가지로 폼을 바꾸기도 했다. 박노민은 두 가지 모두를 겪었다. 포수였지만, 외야수로 잠시 변신해 훈련을 받았다. 그리고 장점이 타격을 더 살리기 위해 김 감독의 지도 아래 타격폼도 수정했다.
그렇게 박노민은 김 감독의 스프링캠프에서 변화의 흐름에 몸을 맡겼다. 김 감독이 이런 식으로 박노민에게 여러가지 변화를 주문한 이유는 전력 구성의 다양화를 위해서였다. 김 감독이 처음으로 박노민을 외야수로 바꿀 생각을 한 것은 지난 1월 중순 고치 1차 캠프 초반부터였다. 당시 한화 포수 자원으로는 조인성을 필두로 정범모 박노민 지성준 등이 있었다. 조인성이 유력한 주전감이었고, 나머지 선수들 중에서 1군 백업을 찾아야 하는 상황. 여기서 탈락한 사람은 2군으로 갈 수 밖에 없다.
그런데 수비력만으로 보면 당시 박노민의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져 있었다. 하지만 박노민에게는 '장타력'이라는 무기가 있다. 김 감독으로서는 박노민의 장타력을 도저히 외면할 수 없었다. 그래서 떠올린 아이디어가 '외야수 전환'이다.
박노민은 이런 김 감독의 아이디어를 받아들여 열심히 외야수 훈련에 매진했다. 동시에 타격의 장점을 더 극대화하기 위한 훈련에도 집중했다. 박노민은 "오른팔의 각도를 불필요하게 올리는 게 그간의 습관이었다. 이 부분에 대한 감독님의 지적을 많이 받았다. 머리로는 100% 이해하는 데 몸이 잘 안따라줘서 고생을 많이 했다. 그래도 최대한 감독님의 말씀에 따르도록 했다"며 스프링캠프 훈련을 돌아봤다.
하지만 박노민은 다시 포수로 돌아오고 말았다. 시즌 개막을 앞두고 지난 12일 조인성이 종아리 근육 파열 부상을 당했기 때문. 갑작스러운 주전포수의 이탈로 인해 김 감독은 또 다른 대안을 찾아야 했고, 그 결과가 박노민의 포수 컴백이다. 정범모와 박노민, 지성준 등이 서로 협력해 안방을 지켜주길 바란 것. 그래서 박노민은 다시 포수 장비를 꺼내들었다.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박노민은 현재 팀이 처한 상항과 자신이 해야할 일은 명확히 알고 있다. 그는 "결국 내 장점을 살리는 수 밖에 없다. 백업 포수 역할에 집중하면서 장타력을 더 키우도록 하겠다. 지금도 멀리치는 걸로는 누구에게도 밀리지 않을 자신이 있다. 이제는 좀 더 정확하게 칠 수 있는 데 집중하겠다"고 다짐했다. 포수로 돌아온 박노민의 활약이 주목된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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