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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즈엉전 이동국 '단순한 풀타임-멀티골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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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잡았다.'

'라이언킹' 이동국(36·전북)이 '골냄새'를 맡기 시작했다.

이동국은 17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E조 3차전 빈즈엉(베트남)과의 경기서 2골을 터뜨리며 3대0 승리를 견인했다.

지난 14일 FC서울전에서 30분 가량 몸을 달군 뒤 곧바로 출전한 경기에서 꺼내보인 골솜씨다.

상대가 E조 약체로 꼽히는 빈즈엉이라고 해서 이동국의 멀티골이 평가절하될 일이 아니다. 이날 전북은 최강 공격축구팀이라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여기에 빈즈엉의 경기력은 만만치 않았다.

빈즈엉은 명색이 베트남리그를 대표해 ACL에 참가한 팀이다. 국내 K리그에서도 빈즈엉 정도의 경기력을 가진 팀이 적다고 할 수 없는 게 사실이다.

이동국이 이번 빈즈엉전에서 올 시즌 처음으로 풀타임으로 출전해 골까지 선사했다. 이는 적지 않은 의미가 담겨 있다.

이른바 '감'을 잡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야구의 홈런타자와 마찬가지로 축구 공격수에게 '골감각'이 중요하다. 지난 시즌 후반 부상으로 인해 이탈한 뒤 소속팀은 물론 A대표팀에서도 제외됐던 이동국에게는 이런 감각이 더욱 절실했다.

이동국은 올 시즌 김신욱(울산)과 함께 득점왕 예상순위 1위의 주인공이다. 지난 6시즌 연속 두자릿수 득점을 기록할 정도의 골 유전자를 지니고 있으니 한 번 냄새를 맡기 시작하면 몰아치는 득점 레이스를 기대해 볼 만하다.

그의 기분좋은 과거 행보가 이런 기대감을 높인다. 득점왕을 차지했던 2009년 시즌(21골)의 경우 시즌 2경기 만에 2골로 시작한 뒤 이후 5경기(컵대회 포함)에서 5골을 몰아쳤다.

막판까지 득점왕 경쟁을 벌였던 2014년(13골)에는 5경기 만에 골맛을 본 뒤 2경기 건너뛰고 3경기 연속골을 터뜨렸고, 2013년(13골)에는 개막전 득점으로 서서히 예열하다가 5, 6월로 접어들어 무려 7경기 연속골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동국은 빈즈엉전에서 골감각 뿐만 아니라 경기감에서도 청신호를 밝혔다. 올해도 ACL과 K리그 제패를 꿈꾸는 최강희 감독의 여러가지 고민 중 하나를 덜어주고 있는 것이다.

최 감독은 빈즈엉전에서 에두와 에닝요를 교체하면서도 이동국의 풀타임 출전을 고수했다. 경기 감각을 끌어올리도록 하기 위해서 일부러 배려했다고 했다. 최 감독은 이동국이 부상에서 복귀한 터라 아직 100% 경기력을 찾지 못했다고 본다. 경기력이 회복돼야 득점 감각도 올라갈 것이고 나아가 에두와의 환상조합이라는 궁극의 청사진을 기대할 수 있다.

이동국 자신도 풀타임 출전에 고무된 모습이다. 부상하기 전인 지난해 10월 4일 성남전 이후 5개월여 만의 첫 풀타임이다. 팀내 훈련을 하는 동안에도 풀타임을 뛴 적이 없었다고 하니 이제 비로소 부상으로 인한 부담감을 떨쳐내기 시작했다고 볼 수 있다.

이동국은 "경기를 하면서 감각이 돌아온다는 것을 느꼈다. 풀타임을 뛰었지만 체력에는 별 문제를 느끼지 않았다"며 빈즈엉전이 안겨준 소중한 의미를 표현했다.

여기에 슈틸리케 A대표팀 감독에게도 강한 어필을 보냈다. 슈틸리케 감독은 17일 3월 평가전 대표팀 명단을 발표하면서 이동국을 제외한 이유에 대해 "몇 분의 출전시간을 부여받았습니까?"라고 반문했다.

출전시간은 곧 경기력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보면 이동국의 이번 빈즈엉전은 슈틸리케 감독의 우려를 벗겨내는 신호탄인 셈이다.

빈즈엉전에서의 활약을 믿었던 최 감독의 기대에 부응한 이동국. 이제 베테랑 득점머신의 부활을 보고싶어 하는 축구팬들의 기대에 부응할 차례다.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