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권투계를 충격에 몰아 넣었던 마이크 타이슨의 '핵이빨 사건'이 국내 경주로에서 재현되어 화제다.
지난 11일 렛츠런파크서울 제10경주(1등급·1800m·레이팅 101~115)에 출전한 경주마 '강해(한국·수·4세)'가 주역이었다. 결승전을 불과 100여m 남겨둔 시점에서 '강해'가 평범치 않은 고갯짓을 하는 장면이 TV 중계화면에 포착됐다. '강해'를 몬 기수 문세영이 잠깐 중심을 잃고 당황하는 기색도 역력했다. 경주 우승은 '강해'를 추월한 '더블샤이닝(기수 장추열)'에게 돌아갔다. 그러나 이 장면을 두고 중계를 지켜본 팬들이 의혹을 제기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이에 한국마사회 심판위원회가 심의 및 영상을 공개하는 일이 벌어졌다.
자초지종은 이랬다. '강해'는 결승점을 앞두고 '더블샤이닝'과 치열한 경합을 벌이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더블샤이닝'이 자신을 앞서자 오른쪽 측면으로 서서히 다가가더니 분을 참지 못해 고개를 돌려 엉덩이를 물려고 한 것이었다. 깜짝 놀란 문 기수가 고삐를 당겼으나, 잠시 중심을 잃는 아찔한 상황이 벌어졌다. '더블샤이닝'과 함께 앞서가던 장 기수도 놀라 뒤를 돌아봤으나 다행히 경주를 잘 마무리 했다. 마사회가 공개한 경주 정면영상과 심판위원이 작성한 보고서에도 이같은 내용이 쓰여 있다. 마사회 관계자는 "'강해'가 시종일관 선두를 유지하고 있던 상황에서 '더블샤이닝'에게 선두 자리를 내주는 게 무척이나 분했던 모양"이라고 밝혔다. 문 기수 역시 "'강해'는 정말 남자다운 말이다. 자존심이 보통이 아니다"라고 뜻밖의 '기행'에 대해 말했다. 정형석 마사회 심판처장은 "흔한 경우가 아니다. 나도 처음 보는 광경"이라며 "경주 진행에 문제가 없었고 경주마의 행동이 순위에 영향을 미치지 않아 별도의 제재는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대단한 근성을 갖추고 있는 것을 보니 '강해'가 잘 훈련된 마필인 것 같다"고 미소를 지었다.
마사회는 지난 2월 홈페이지 개편에 맞춰 '심판정보 공지사항' 등 판정 관련 다양한 정보를 제공 중이다. 이번 경주 역시 '경주리뷰'란에 문제 장면을 동영상으로 게시했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