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에서도 그랬지만, 김성근 감독의 SK 시절 전지훈련은 너무나 독했다. 많이 알려진 것처럼 점심식사 시간은 최소화했고, 그 시간 훈련에 집중했다.
선수들은 스스로의 일정을 챙기느라 정신이 없었다. 밥 때를 놓친 선수들은 빵으로 허기를 때우기도 했다.
하지만 당시 모든 선수들의 눈길을 끌었던 장면이 있다. 김성근 감독의 펑고를 정근우가 받아낼 때였다.
그는 항상 교모하게 펑고를 선수들이 받아낼 수 있는 범위의 약간 넘어선 지점에 쳤다. 당연히 좌우 슬라이딩으로 녹초가 될 수밖에 없었다. 어지간한 정신력으로는 소화하게 힘든 훈련이었다.
정근우는 그런 펑고를 가장 잘 대처한 선수였다. 뛰어난 순발력과 강한 근성으로 김 감독의 펑고를 가장 많이 받아냈다. 체력의 한계가 올 때면 정근우는 슬라이딩할 때마다 "아악"이라고 분노에 찬 비명을 질러대곤 했다. 가장 독한 감독과 선수가 만들어내는 장관이었다.
그는 7일 잠실 두산전을 앞두고 그때를 회상했다. 그리고 지난 3일 경기가 끝난 뒤 펑고를 생각하면서 "그때나 지금이나 감독님의 펑고는 변한 게 없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지난 3일 대전 롯데전에서 정근우는 부진했다. 1회 1사 1루 상황에서 병살타 타구를 포구 미스를 저질렀다. 강민호의 만루홈런을 연결됐다. 경기 후 김 감독은 정근우에게 펑고를 날렸다.
당시 김 감독은 "부상으로 인한 훈련량이 부족하다"고 했다. 이 말에 대해 정근우는 100% 동의했다.
그는 "펑고가 필요한 상태였다. 실제 훈련량이 부족해 수비 범위가 좁아진 상황이었다"고 했다. 김 감독의 펑고가 반등의 도움이 됐을까.
그는 특유의 수비력이 살아났다. 타격에서도 5일 kt전과 8일 두산전에서 각각 4타점의 맹타를 날렸다.
정근우는 "한 차례의 펑고 뿐이었지만, 실제 경기력에 도움이 됐다. 그 뿐만 아니라 내 속의 각성효과도 있었다"고 했다. 그는 "지금은 항상 벼랑 끝에 있는 기분이다. 무조건 잘해야 한다. 감독님의 펑고는 그런 의미에서 확실히 자극제가 됐다"고 했다. 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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