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말을 해도 변명으로 들릴까봐 걱정입니다."
34경기 타율 2할7푼3리. 이 타율도 그나마 최근 살아난 모습으로 조금 오른 것이다. 10일 NC 다이노스전에서 홈런 1개 포함, 3안타를 쳤다. 2할대 성적을 기록하는 야구선수는 부지기수다. 하지만 이 선수가 이런 성적을 기록하면 도대체 무슨 일이냐고들 호들갑이다. 롯데 자이언츠 손아섭이다. 3할6리-3할2푼6리-3할1푼4리-3할4푼5리-3할6푼2리. 2010년부터 손아섭이 기록한 성적이다. 이제는 3할, 3할 중반을 훌쩍 뛰어넘는 성적을 내야 당연하다는 인식마저 생겼다. 그래서 주변 사람들은 별 생각없이 손아섭에게 "왜 슬럼프에 빠진 것인가"라고 묻는다. 이 말들이 손아섭에게는 스트레스가 된다. 손아섭은 "저는 아직 슬럼프라는 단어를 가져다 붙일 그런 타자가 아닙니다"라고 말했다. 리그 최고의 타자로 거듭났다고 누구도 의심치 않았지만, 시즌 초반 조금은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손아섭과 얘기를 나눠봤다.
-솔직한 인상을 말하겠다. 타석에서 조급한게 눈에 보인다.
(한숨을 내쉬며) 타자들이 밸런스가 무너지면, 선구안이 떨어진다. 그러면 자신감이 떨어지고 타석에서 마음이 조급해진다. 왜 참지 못하고 허무하게 방망이를 돌리냐고 하는데, 그 참지 못하는게 야구 실력 차이다.
-오늘 경기(10일 NC전) 하위 타순으로 내려가겠다고 자원했다고 들었다.
상위 타순, 중심 타순 그런 자존심은 아무 필요 없다. 운이 좋게 코칭스태프의 믿음으로 경기에 계속 나서고 있는데, 경기에 나가는게 중요한게 아니라 내가 팀에 도움이 돼야하고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가 중요한 것이다. 상위 타순에서 내가 전혀 도움이 안되니….
-슬럼프의 원인을 스스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슬럼프? 이건 확실히 말하고 싶다. 슬럼프는 정말 잘하는 선수가 잠시동안 부진에 빠진 걸 슬럼프라고 하는 것 아닌가? 나는 슬럼프라는 단어와 어울리는 선수가 아니다. 개막 후부터 쭉 안좋다. 이게 내 실력이다. 주변에서 '시간이 흐르면 당연히 좋아지겠지', '당연히 3할을 치겠지'라고 말씀해주시는게 오히려 부담으로 다가올 때가 있다.
-지금 상황을 이겨낼 비책이 있나.
나는 늘 똑같다. 잘 칠 때의 비디오도 많이 보고 운동도 열심히 하고 있다. 변한 것 없이 평소처럼 한다고 하는데 잘 안되니 조금 힘들 뿐이다.(웃음)
손아섭은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다.
-하고 싶은 말은?
솔직히 올시즌 인터뷰 등이 매우 조심스러웠다. 내가 무슨 말을 해도 핑계일 뿐이다. 변명같이 들릴 것이다. 그래서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딱 하나다. 지금의 성적과 경기력이 내 실력이라고 스스로 인정한다. 변명하지 않겠다. 다만, 실망하기보다는 더 열심히 운동하고 준비할 것을 약속 드린다. 아직 시즌 초반이다. 내가 뛰어야 하는 수많은 경기들이 남아있다. 시즌이 끝나고 한 시즌 내 야구에 대한 평가를 받아도 늦지 않을 것 같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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