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를 보호하기 위해서다."
멀쩡하게 던지던 선발 투수를 단 2이닝 만에 바꿨다. 투구수는 겨우 39개. 4안타 1볼넷 1실점으로 무난한 모습을 이어가던 때였다. 이후부터는 마치 성이 난 벌들이 벌집에서 쏟아지듯 불펜 투수들이 꼬리를 물고 투입됐다. 한화 이글스, 그리고 김성근 감독의 전형적인 스타일. '퀵 후크'와 불펜 총가동이 10일 대구구장에서도 벌어졌다.
삼성 라이온즈와의 원정경기. 한화는 이날 경기 선발로 안영명을 내세웠다. 불펜에서 선발로 전환한 뒤 팀의 에이스로 자리매김하던 안영명은 다승 공동 3위에, 승률 1위를 기록 중이었다. 한화가 공들여 내세운 선발이다.
이날 경기에서도 나쁘지 않았다. 1회 2사후 연속 3안타로 1점을 헌납했지만 2회에는 병살타를 이끌어내며 무실점을 기록했다. 점차 구위가 안정되는 듯 했다. 그런데 3회가 시작되자 한화 마운드에는 갑작스럽게 왼손 박성호가 올라왔다. 박성호는 삼성 1번 나바로를 상대해 투수 앞 땅볼을 이끌어낸 뒤 또 다시 임준섭으로 바뀌었다.
이후부터 한화는 불펜진을 총동원했다. 임준섭의 뒤로 정대훈-김기현-송창식-박정진-권 혁 등이 줄이어 나왔다. 주중 첫 경기임을 감안하면 상당히 부담스러운 투수 운용법이다. 또한 안영명에게 있어서도 자존심이 상할 법 한 교체다.
그러나 이는 선수를 보호하기 위한 김성근 감독의 고육지책으로 밝혀졌다. 안영명이 갑작스럽게 허리 근육 통증을 호소했기 때문. 한화 관계자는 "안영명이 2회 투구를 마친 뒤 허리 통증을 호소했다. 계속 던지게 할 수도 있었지만, 선수를 보호하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조기 강판시켰다"고 밝혔다.
올해 김성근 감독은 퀵 후크를 상당히 많이 시도하고 있다. 선발진은 평균 5이닝을 넘기지 못하고 있다. 김 감독의 특성상 조금이라도 구위에 이상이 있거나 상대 타자와의 승부에서 밀리는 경향이 나타나면 일찍 교체카드를 꺼내들었기 때문. 이런 시도를 통해 시즌 초반에는 상당한 성과를 내고 있다. 불펜의 필승조인 박정진과 권 혁이 든든히 버텨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과정이 반복되면서 불펜진의 피로감도 커지고 있다. 때문에 안영명의 조기 교체에 관해서도 지나친 조급증이 아닌가라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한화로서는 갑작스러운 안영명의 허리 통증에 의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대구=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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