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수가 방망이를 들고 타석에 들어서는 것도 진귀한 장면인데, 경기를 끝낼 기회가 왔다. 6-6 동점, 9회말 2사 만루서 한화 투수 권 혁이 타석에 들어섰다.
17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 파크. 올 시즌 한화 '투혼'의 아이콘인 권 혁은 9회초 팀의 7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올랐다. 5-6으로 뒤진 9회초 등판해 삼자범퇴로 이닝을 마쳤다. 9회말 한화는 선두타자 김경언이 상대 마무리 손승락에게 솔로홈런을 때려내 극적으로 동점을 만들었다.
손승락이 권용관에게 우전안타, 허도환에게 희생번트, 강경학에게 3루수 앞 내야안타를 허용해 1사 1,2루가 됐다. 송주호를 중견수 뜬공으로 잡아내며 2사. 넥센 벤치는 이용규를 고의4구로 내보냈다. 다음 타석이 투수 권 혁 타석이었기 때문이다.
9회초 수비 때 대타 이종환이 빠지고, 지명타자였던 최진행이 좌익수 수비에 들어가면서 권 혁이 타석에 들어서야만 하는 상황이 왔다. 이날 한화는 엔트리에 있는 야수 전원을 소진한 상황. 한화 벤치는 권 혁을 타석에 들여보냈다.
끝내기 상황, 투수와 투수의 맞대결. 긴장한 건 넥센 마무리 손승락이었다. 초구 스트라이크를 넣은 뒤, 연거푸 볼 3개를 던졌다. 침착하게 스트라이크존으로 공을 넣어 풀카운트, 권 혁은 배트를 돌릴 마음이 없어 보였다. 하지만 6구째 직구를 파울로 걷어냈다.
하지만 승자는 손승락이었다. 권 혁은 7구째 직구를 그대로 보내면서 삼진으로 물러났다. 경기는 연장으로 돌입했다.
한편, 한화에서 투수로서 끝내기 안타를 때려낸 이는 은퇴한 송진우 KBS N 스포츠 해설위원이다. 그는 지난 2001년 6월 3일 LG와의 홈경기에서 9회말 1사 2,3루서 1루수 키를 넘기는 끝내기 안타를 때린 바 있다. 한화는 올 시즌 두 번째로 투수가 타석에 들어섰다. 지난 1일 롯데와의 홈경기에서 좌완 박정진이 같은 이유로 타석에 선 바 있다.
대전=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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