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간신'은 배우 김강우에게 역대급 캐릭터를 선사했다. 배우라면 누구나 탐낼만한 조선의 폭군 연산군인데다 그동안 표현했던 연산군보다는 수위가 한층 높다. 리얼리티를 듬뿍 담아 표현한데다 관객들의 시선을 잡아끄는 강렬함이 인물 속에 베어 있기 때문이다. 연기하기 쉽진 않았겠지만 이같은 연산군을 표현함으로써 김강우는 다시 한번 연기력을 인정받게 됐다.
김강우 본인도 연산군 캐릭터에 대한 기대감이 있었다. "시나리오를 보고선 인물이 너무 강해서 영화로 어떻게 표현될까 궁금했어요. 민규동 감독님이야 워낙 좋은 감독님이라 믿음도 있었죠. 저 역시 연산군에 대한 인간적인 관심도 있었기 때문에 큰 고민을 안했던 것 같아요."
그래도 선택을 한 후에는 쉽지 않았다. "매 신마다 에너지가 활화산 같이 터져야 긴장감이 생기는 영화였어요. 그 감정을 조율하기가 쉽지 않았죠. 에너지 운용을 잘 못하면 제대로 안될 것 같았거든요. 체력 안배도 잘해야 했고요. 감정을 폭발시키는 신을 촬영하면 아드레날린이 계속 뿜어져 나와서 밤에 잠도 잘 안오더라고요."
하지만 촬영할 때보다 촬영을 준비할 때가 더 힘들었다. "연산군의 이미지를 만드는 과정이 쉽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유명한 왕이지만 초상화 하나 제대로 된 게 없더라고요. 그래서 고민을 많이 했는데 태생적인 결핍이나 콤플렉스가 있는 인간을 표현해보고 싶었어요. 어머니가 억울하게 죽어서 폭군이 됐다는 설정이 많은데 그것만으로는 이 인물에 부족한 것 같았어요. 오른쪽 눈 위에 붉은 점도 그런 설정 중에 하나죠. 비주얼적으로 결핍을 보여주고 싶어서 만든 것이죠. 용안인데 상처가 있는 것은 말이 안됐고 붉은 점이 생각이 났어요. 분장팀이 고생을 많이 했죠.(웃음)"
극중 연산군은 과도하다 싶을 정도로 패악질을 일삼는 인물이다. "관객들이 너무 과하게 그렸다고 생각하실까봐 말씀드리는데 저희는 다 기록된 것들을 기반으로 만든거예요. 여자들을 보면서 그림을 그리는 것도 기록에 남아 있고 사냥을 나갈 때는 주변 100리 민가를 다 헐었다는 기록도 있어요. 허구라고 생각하시면 안되요.(웃음)"
김강우는 "쉬운 신이 없었다"고 말했다. "산넘어 산이었어요. 어떤 때는 정말 미친놈같다가도 어떤 대는 이렇게 스마트하고 차가운 사람이 없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밸런스를 맞추기가 힘들기도 했죠. 혼자서 북치고 장구치고 해야하는 신도 많고요. 절정의 기쁨을 표현하기도 하고 쉽지는 않았어요."
주지훈과는 처음 호흡을 맞췄다. "군신관계는 지금까지 봐왔던 모든 영화는 위아래 수직관계인데 이 작품에서는 독특한 수평관계에요. 그래서 (주)지훈이도 톤을 잡는게 쉽지는 안았을 꺼예요. 제 역할이 광기어린 인물이다 보니 저도 예상하지 못했던 액션이 나올 때가 많아요. 그런데 상대방은 그런 의외의 액션을 받아주기가 쉽지 않죠. 저도 상대 배우를 믿지 못하면 덜 자연스러울텐데 100% 신뢰를 하고 있으니 편하게 했던거죠."
촬영을 마치고는 주변 사람들이 걱정을 더 많이 했단다. "정신과 상담을 받아보는게 어떠냐는 제안도 받았거든요. 그런데 끝나고 쉬면 더 잔상이 오래 남아있을 것 같아서 바로 '실종느와르M'도 들어간거예요. 배우 생활을 짧게 할 것도 아닌데 이런 정도를 견디지 못하면 안되죠."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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