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블 전쟁'이 시작된다.
2014~2015시즌 유럽 축구의 왕중왕을 가리는 유럽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이 7일 오전 3시45분(한국시각) 독일 베를린의 올림피아 슈타디온에서 열린다.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의 자존심 바르셀로나와 이탈리아 세리에A의 대명사 유벤투스가 충돌한다. 바르셀로나는 통산 네 차례(1992, 2006, 2009, 2011년),, 유벤투스는 두 차례(1985, 1996년) '빅이어(유럽챔피언스리그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바르셀로나와 유벤투스는 나란히 리그와 FA컵 우승을 확정지었다. 어느 팀이든 이번 결승전에서 승리한다면 트레블을 달성하게 된다. 정규리그, FA컵, 유럽챔피언스리그 우승 '3관왕'을 뜻하는 트레블은 클럽이 얻을 수 있는 최고의 영예다. 유럽챔피언스리그의 전신인 유러피언컵을 포함해 트레블의 영광을 누린 클럽은 7팀(셀틱, 아약스, 에인트호벤, 맨유, 바르셀로나, 인터밀란, 바이에른 뮌헨)에 불과하다. 바르셀로나가 우승한다면 사상 최초로 트레블을 두 차례 달성하는 팀으로 이름을 올린다. 유벤투스는 팀 창단 이후 첫 트레블에 도전한다.
전망은 바르셀로나 쪽으로 기울어져 있는게 사실이다. 유벤투스 레전드이자 현 기술이사인 파벨 네드베드는 "바르셀로나 스리톱의 동시 출전은 그들이 2-0으로 앞선 채 경기하는 것과 다름없다. 그들은 예상 불가능하고, 그 어떤 것도 해낸다. 바르셀로나를 멈춰 세우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바르셀로나와 상대해야 하는 골키퍼 잔루이지 부폰조차 "준결승 상대 레알을 이길 확률이 35% 정도밖에 안 된다고 생각했다. 냉정히 말해 지금은 그보다 확률이 낮다. 팀 구성원 모두 이를 인지한다. 부정할 생각은 없다. 객관적인 사실이기 때문이다"고 했다.
유벤투스가 벌벌떠는 이유는 역시 MSN트리오 때문이다. '축구의 신' 리오넬 메시를 필두로 루이스 수아레스, 네이마르 남미 트리오가 만든 MSN 트리오는 축구 역사상 최고의 스리톱 중 하나다. 세명의 선수가 모두 스타일 경우 엇박자가 나오기 쉬운데, MSN 트리오는 개인기 뿐만 아니라 호흡에서도 최고 수준이다. MSN 트리오는 올시즌 각종 대회에서 120골-48도움을 합작했다. 메시가 총 57골-23도움, 수아레스가 24골-18도움, 네이마르가 38골-7도움을 기록했다. 이처럼 MSN 트리오가 잘 유지되는 이유는 수아레스와 네이마르 처럼 자존심 센 공격수조차 고개를 숙이는 메시의 존재가 크다. 메시는 올시즌 후반기 그야말로 말도 안되는 경기력을 과시했다. 시즌 초반만 해도 적은 활동량으로 비판을 받았던 메시는 후반기 들어 엄청난 활약으로 바르셀로나에 2개의 우승 트로피를 안겼다.
한명으로도 벅찬 이 괴물같은 트리오를 막아야 하는 유벤투스 입장에서는 머리가 아플만 하다. 설상가상으로 수비의 핵 조르지오 키엘리니가 부상으로 출전이 불투명하다. 하지만 예측을 넘는 결과를 만들었던게 이탈리아 축구다. 마시밀리아노 알레그리 감독은 AC밀란 시절 바르셀로나를 잡아본 경험이 있다. 현재 역동적인 선수가 많은 유벤투스의 미드필드진은 바르셀로나가 위협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유벤투스의 키플레이어는 카를로스 테베스다. 그간 조연 역할을 하던 테베스는 올시즌 완벽한 주연으로 자리잡으며 놀라운 득점력을 보였다. 유럽챔피언스리그에서만 7골을 넣는 등 29골을 넣었다. 메시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그의 풍부한 활동량은 수비에도 많은 보탬을 준다. 테베스가 바르셀로나 공격진영을 많이 누비면 누빌 수록 유벤투스의 우승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번 경기는 양 팀의 승부 뿐만 아니라 또 다른 볼거리로 관심을 모은다. 키워드는 악연과 작별이다. 이날 경기는 경기 시작 전 선수들간 악수 장면을 주의깊게 볼 필요가 있다. 수아레스와 유벤투스 선수들간 악연이 있기 때문이다. 수아레스는 2011년 당시 맨유에서 뛰던 파트리스 에브라(유벤투스)에게 인종차별적 발언을 한 바 있다. 수아레스는 이듬해 에브라와의 악수를 피하며 다시 도마에 올랐다. 키엘리니와의 악연은 유명하다. 수아레스는 2014년 브라질월드컵 조별리그 경기 도중 키엘리니의 어깨를 물며 세계를 경악시켰다. 키엘리니는 "이미 지난갈 일"이라며 대인배의 면모를 보였지만, 부상으로 출전이 불투명한 것이 아쉬울 따름이다. 두 팀의 레전드가 결승전을 끝으로 팀을 떠나기로 확정됐거나, 떠날 것으로 보인다. 바르셀로나의 주장 사비 에르난데스는 올시즌을 끝으로 카타르 알 사드로 이적한다. 바르셀로나식 패싱게임의 중심이었던 사비는 유스부터 지금까지 바르셀로나에서만 뛴 레전드다. 이번 결승전에 뛰게되면 통산 900경기를 소화하게 된다. 유벤투스의 플레이메이커 안드레아 피를로도 이번 결승전을 마지막으로 팀을 떠날 것으로 보인다. 만수르가 만든 뉴욕시티행이 유력해 보인다. 수많은 명장면을 남긴 두 패스마스터가 유럽에서 뛰는 마지막 경기가 될 수 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