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박 한 달 전이었다.
5월 10일 포항 스틸야드에서 고무열(포항)은 천당과 지옥을 오갔다. 팀이 1-0으로 앞서던 후반 24분 이광혁의 골을 도우면서 팀 승리에 마침표를 찍는 듯 했다. 그러나 13분 뒤 거친 파울로 퇴장 판정을 받으며 그라운드를 떠났다. 수적 열세에 몰린 포항은 성남에게 후반 막판 2골을 얻어 맞으며 2대2 무승부에 그쳤다. 중요한 공격 자원인 고무열을 잃은 포항은 5월 30일 대전에 승리하기까지 5경기 연속 무승(4무1패)의 부진에 시달려야 했다. 고무열 입장에선 얼굴을 들 수 없었다.
7일 탄천종합운동장. 상대는 다시 성남이었다. 황선홍 포항 감독은 고무열 카드를 다시 꺼내들었다. "고무열은 프로 선수고 성인이다. 굳이 혼을 내지 않아도 자신의 잘못을 깨달았을 것이다." 자신이 현역시절 포항서 달았던 18번을 물려 받은 제자를 향한 믿음이자 채찍질이었다.
'역적'의 멍에를 썼던 고무열이 '일등공신' 역할을 해냈다. 팽팽한 0의 행진이 이어지던 후반 15분 센터서클 오른쪽 부근에서 모리츠가 찔러준 패스를 결승포로 연결했다. 아크 오른쪽에서 슈틸리케호에 승선한 수비수 임채민과의 경합에서 승리하며 호쾌한 오른발슛으로 골망을 갈랐다. 이날 득점은 고무열이 올 시즌 리그 10경기 만에 처음으로 얻은 득점이었다. 끄이 아니었다. 고무열은 후반 34분 페널티에어리어 정면에서 맞은 단독 찬스를 침착한 오른발슛으로 마무리 했다. 고무열은 두 팔을 벌린 채 그라운드를 질주하며 그간의 골 갈증을 훌훌 털어냈다. 고무열의 원맨쇼에 힘입어 포항은 성남을 2대0으로 완파했다. 승점도 23으로 단독 3위로 뛰어 올랐다.
중요한 의미를 가질 만한 득점이다. 포항의 최대 고민은 해결사 부재였다. '제로톱'은 탄탄한 2선 공격과 달리 믿을 만한 원톱 자원이 없는 포항의 현실이 쓴 자구책이었다. 뛰어난 원톱의 활용도를 누구보다 잘 아는 황 감독은 제로톱 뿐만 아니라 확실한 공격자원을 활용한 다양한 패턴을 고민해왔다. 오랜만에 기대에 부응한 고무열의 득점포는 A매치 휴식기 뒤 반전을 꿈꾸는 포항에겐 가뭄에 단비와 같다.
성남=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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