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재완의 영화 톺아보기]'톺아보기'='틈이 있는 곳마다 모조리 더듬어 뒤지면서 찾아보다'라는 순우리말.
'경성학교: 사라진 소녀들' ★★★
감독 이해영 / 주연 박보영 엄지원 / 배급 롯데엔터테인먼트 / 개봉 2015년 6월 18일
'천하장사 마돈나' '페스티벌'을 연출한 이해영 감독의 작품답게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주제의식을 대중적으로 녹여내는 방식은 충분히 대중적이다. 이해영 감독도 "30년대이니까 충분히 있을 법한 이야기이고 그 상상력의 범주 안에서 만들었다"며 "상업적인 영화로 만들었다. 관객들이 편하게 보게 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밝혔다.
"너희는 약하고 힘이 없었잖아"라는 엄지원의 대사처럼 약자들이 핍박받는 시절을 그리기 위해 일제 강점기를 배경으로 택한 것도 이해된다.
엄지원의 표독스런 연기나 박보영의 소녀감성은 여전하다. 엄지원은 차갑고 예민한 성격의 교장 캐릭터를 그만의 연기로 살려냈다. 박보영은 특유의 귀엽고 깜짝한 이미지와 함께 공포연기까지 덤으로 얹어 관객들을 미소짓게 만든다.
게다가 이해영 감독의 미장센, 특히 컬러감은 독보적이다. 두드러지게 자주 등장하는 붉은 꽃, 엔틱한 느낌과 함께 명확하게 대비되는 경성학교 내의 음울한 분위기, 그리고 캐릭터의 감정에 따라 변해가는 의상 컬러까지 이해영 감독의 강점이 잘 드러난다.
하지만 미스터리를 힘차게 끌고 가지 못하고 뒷심이 부족한 것은 조금 아쉽다. 중반까지 끌고가던 미스터리의 힘이 약해지면서 관객들의 몰입도를 떨어뜨리는 느낌이다. 심지어 장르를 미스터리 호러보다 슈퍼히어로물로 정했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까지 든다.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