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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습' '기본' '김태균', 한화 5연패 탈출 키워드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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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습' '기본' 그리고 '김태균'

한화 이글스가 올해 최악의 위기를 벗어났다. 시즌 최다 5연패를 당하며 5할 승률 고지마저 위태로워진 상황. 공교롭게도 상대는 막강 화력을 앞세워 상대전적에서 5승3패로 앞서있던 넥센 히어로즈다. 자칫 연패가 더 길어질 수도 있었다. 게다가 하필이면 최근 붙박이 2번타자 유격수로 공수에서 알토란같은 역할을 해주던 강경학까지 어깨 통증으로 1군 엔트리에서 빠졌다.

결국 한화 김성근 감독은 "도저히 선발 오더를 못 짜겠다. 코치들에게 '너희들이 짜봐라'고 했다"며 고민을 털어놓기도 했다. 전부 23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넥센전을 앞둔 한화의 상황이다. 한화에 유리한 면이라고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하지만 올해 한화는 제 아무리 불리한 상황에 있더라도 극복하는 모습을 자주 보여줬다. '마리 한화', '이글스 극장'이라는 애칭은 한화의 잡초처럼 끈질긴 생명력과 끝내 반전을 이끌어내는 투혼을 상징한다. 23일 경기에도 그게 나왔다. 넥센을 3대1로 물리치고 5연패의 늪에서 다시 비상을 시작했다. 이런 한화의 5연패 탈출은 세 가지 키워드로 설명된다. 바로 '연습'과 '기본', 그리고 '김태균(=해결사)'이다.

▶키워드 1: '연습'

이날 연패 탈출 뿐만 아니라 올시즌 전체 한화 야구를 가장 잘 설명할 수 있는 키워드다. 동시에 김성근 감독 야구의 뿌리이기도 하다. "모든 실력은 연습에서 만들어진다"는 확고한 신념을 가진 김 감독은 이전에 맡은 팀에서 선수들에게 모두 혹독한 연습을 시켰다. 한화에서도 예외가 아니었다. 부임하자마자 지난해 11월 오키나와 마무리캠프를 강도높게 이끌었고, 올해 1월부터 고치-오키나와 스프링캠프에서도 '지옥 훈련'을 했다.

결국 연패 기간에 다시 꺼내든 제1의 해법. 역시 연습일 수 밖에 없다. 한화는 휴식일이었던 22일에 전 선수단이 대전 구장에서 훈련했다. 창원 원정 3연전에서 피로함이 쌓인 상태지만, 부상자를 제외하곤 열외가 없었다. 그라운드에서 다시 처음부터 훈련을 했다. 김 감독이 직접 연습을 이끌었다. 훈련을 통한 실력의 향상은 당연히 중요하다. 그러나 김 감독은 이를 통해 선수들의 정신적인 재무장도 이끌어내려 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키워드 2: '기본'

가장 강한 팀은 가장 기본에 충실한 팀이다. 한화의 기본은 다채로운 작전야구와 빠른 투수교체다. 5연패 기간에는 이게 잘 안나왔다. 김 감독은 이에 대해 "벤치의 실수"라고 했다. 5연패를 당하는 동안 결단을 내려야 할 순간이 많이 왔지만, 그 때마다 망설이는 바람에 승리를 내줬다는 자책이었다. "내 탓이오"라고 말한 셈이다.

23일 넥센전에서는 다시 이전 한화의 모습이 나왔다. 기본에 충실한 작전야구다. 물론 공격 면에서는 이게 넥센 내야진에 연속으로 잡혔다 1회와 3회 장운호와 한상훈이 1루에서 견제에 걸려 주루사한 것이 대표적인 장면. 그러나 7회에는 희생번트 작전이 성공했다. 무엇보다 투수진의 운용이 돋보였다. 유먼이 6⅓이닝을 버텨주자 박정진을 올렸는데, 안타를 맞자 바로 권 혁을 투입했다. 그리고 마지막 ⅔이닝을 윤규진으로 마무리. 한화 승리의 기본 루틴이 나왔다.

▶키워드 3: '김태균'

한화가 5연패를 당한 직접적 요인은 타격 부진 때문. 타자들이 좀처럼 득점타를 치지 못했다. 누구라고 할 것 없이 전체적으로 부진했다. 이런 상황은 팀이 한 시즌을 치르는 동안 수시로 겪게 된다. 원래 타격이라는 것이 상승과 하락의 사이클을 타기 때문.

그런데 이런 상황을 해결해야 하는 건 결국 팀의 간판 해결사다. 커리어가 확실하고 실력이 빼어난 인물들이 잘 해줄 때 타선의 전반적인 침묵도 깨트릴 수 있다. 물론 더 많은 찬스를 놓친 최진행이나 김태완 등이 잘 치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팀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끌어올릴 수 있는 한 방. 결국 간판타자가 그걸 해줘야 한다.

가장 적합한 인물이 바로 김태균이다. 4번타자이고, 주장이다. 그런 선수가 앞장서서 임팩트 강한 모습을 발휘하면 동료들도 힘을 낼 수 있다. 김태균은 그걸 했다. 0-0이던 4회말 1사 1, 2루에서 결승 3점홈런을 날렸다. 연패를 끊어내는 확실한 한방. '해결사'만이 해낼 수 있는 모습이다. 그리고 한화의 부진을 깨트리는 신호탄이기도 했다.

김태균은 "연패 기간동안 선수들의 자신감이 떨어졌었는데, 지난주는 이미 지난 일이다. 새로운 주에서는 연패를 당하지 말자고 생각해 동료들에게 우리는 기본부터 다시 열심히 하자고 했다. 앞에서 정근우가 찬스를 만들어줘 좋은 스윙을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해결사다운 강한 책임감이 담긴 소감이었다.

대전=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