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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을 바라보는 겸손한 시선, 손민한 야구를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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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프로야구 밥을 먹은 지 19년째다. 빠른 75년생인 손민한(40)에게 불혹은 더이상 큰 의미도 아니다. 지난 24일 NC손민한은 KIA를 상대로 5이닝 무실점 호투로 시즌 8승째(4패)를 따냈다. 평균자책점도 3.80, 준수한 수준까지 끌어내렸다. 통산 120승(역대 13번째). 이제 2승만 더하면 자신은 2008년(12승4패) 롯데 시절 이후 7년만에 두자릿 수 승수를 기록할 수 있다. 기쁜 날이었다. 하지만 자신에게 부족한 부분을 먼저 언급했다. "긴 이닝을 던지지 못한다. 부족하다. 그런데도 승리를 하는 것은 동료들 덕이다. 불펜투수와 타자들의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올해 손민한의 승리소감에서 매번 빠지지 않는 부분이다. 손민한은 올시즌 등판간격과 투구수 배려를 받고 있다. 나이와 체력을 감안한 김경문 감독의 조치다. 하지만 13차례 선발등판에서 6이닝 이상을 던진 경우가 5차례 있다. 5이닝을 던지지 못한 경우는 4차례에 불과하다. 4회 이전 강판은 없다. 풀타임 선발로 활약했던 손민한은 선발투수에게 퀄리티 스타트(6이닝 3자책점 이하)가 가지는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승리요건을 지녀도 퀄리티 스타트가 아니면 승리가 날아간다해도 불펜 탓으로만 돌릴 순 없다. 이것이 개인스포츠이자 팀스포츠인 야구의 본질이다. 야구에서 승리라는 단어는 팀승리와 승리투수에만 붙는다. 투수에겐 명예인 동시에 책임감이다.

선두를 질주주인 2015년 6월, NC는 손민한이 고맙고, 손민한은 NC에 감사하고 있다. 신생팀 NC가 아니었으면 2013년 신고선수 손민한이 다시 유니폼을 입긴 힘들었다. 훈련에 매진하고 몸을 만들고 투지를 갖고 임했기에 지난 2년 동안 자신의 건재함을 입증할 수 있었다. 올해 선발로테이션 합류 지시를 받고 꾸준하게 대비해온 손민한이다. 전성기 기량은 아니지만 여전히 손민한의 공은 위력적이다. 140㎞초반대의 직구지만 볼끝이 살아있고, 다양한 변화구는 타자의 타이밍을 뺏는다. 올시즌 68⅔이닝을 던지면서 4사구는 9개만 내줬다. 매경기 1개를 살짝 웃도는 수준이다. 칼같은 제구력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NC 마운드의 단단한 버팀목이 되고 있다.

손민한의 올해 연봉은 1억2000만원이다. 19년전 계약금으로 5억원을 받았던 손민한이다. 수십억원 FA가 즐비한 상황에서 그는 '저임금 투수'다. 활약만 놓고 손민한의 성적을 연봉으로 환산한다면? 이보다는 훨씬 높은 수치가 나올 것이다. 가성비 면에선 타의추종을 불허한다. '불러주고 기회 줘서 고맙다'는 손민한이지만 이쯤되면 '와줘서 고맙다'가 절로 나온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