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um App

Experience a richer experience on our mobile app!

OPS 0.950 상회 유일한 슬림맨 구자욱

by

최근 프로야구 타자들 사이에선 벌크업이 화두다. 십여년전부터 웨이트 트레이닝의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타자들의 몸키우기는 유행처럼 번졌다. 체격을 불리지 않고는 파워를 내는데 한계가 있고, 타구에 힘을 실을 수 없다는 것이 진리처럼 통한다. 이승엽도 20년전 입단 당시에는 호리호리한 몸매였지만 지금은 당당한 체구를 자랑한다. 황재균(롯데)의 뒷모습도 절친 강정호(피츠버그)를 닮아가고, 100㎏이 넘는 거구 대여섯 명이 덕아웃에 옹기종기 모여있는 모습이 낯설지 않다. 이런 와중에 슬림맨 한명이 당당히 거구들과 경쟁하고 있다. 삼성 새내기 구자욱이다. 타율 3할2푼6리(10위) 9홈런(공동 27위) 30타점 11도루(공동 14위) 출루율 0.394(16위), 장타율 0.558(10위), OPS 0.952(11위).

이중 OPS(출루율+장타율)는 타자의 능력을 한 눈에 살펴볼 수 있는 지표다. 1.0이 넘으면 특급 타자, 0.9 이상이면 A급 타자로 분류된다. 0.950 이상인 선수 12명 중 체중 70㎏대 타자는 구자욱(1m89, 75㎏)이 유일하다. 프로복싱으로 치면 수퍼미들급(76.2㎏ 이하)이다. 나머지 11명의 선수는 대부분 헤비급(88.45㎏ 초과)이다. 모든 수치는 올시즌 KBO 등록기록. OPS의 관건은 사실 출루율 보다는 장타율이다. 출루율이야 최고선수라 할지라도 5할을 넘기긴 쉽지 않다. 출루율이 4할대 중후반이면 최고성적표다. 하지만 장타율은 OPS 1위(1.189)인 NC테임즈의 경우 0.732를 마크하고 있다. 장타 생산능력은 타점과 직결되고, OPS 상승 원천이기도 하다. 타자로서 거포가 유리한 이유 중 하나다.

테임즈는 1m83, 95kg의 당당한 체구를 자랑한다. 지난 겨울 체지방을 줄이고 근육을 더 키우는 벌크업을 시행했다. 팔뚝 근육은 리그 최고다. OPS 2위인 한화 김태균도 110㎏이다. 3위 롯데 강민호 역시 100㎏. 그나마 몸무게가 가장 덜나가는 두산 양의지(OPS 0.990, 6위)가 85㎏, 삼성 최형우(OPS 0.979, 8위)가 86㎏이다. 선수들 중에선 몸무게를 굳이 있는대로 다 밝히지 않는 경우도 있고, 해마다 꼼꼼하게 경신하지 않기도 한다. 구자욱은 한눈에 봐도 슬림하다. 갸늘프다는 느낌마저 든다. 파워는 근육량에 비례한다. 타구의 질은 파워와 스피드, 밸런스, 임팩트 능력, 하체활용 정도 등 다양한 변수가 어우러지지만 으뜸은 파워다.

구자욱은 지난해 2군경기에서 홈런은 3개밖에 없었다. 정확한 타격에 빠른 발만 돋보였는데 올해는 1군 여러 수비포지션을 소화하면서도 중장거리포임을 과시하고 있다. 큰 힘을 들이지 않고 임팩트 순간 배트 스피드를 끌어올려 타구에 힘을 실는다. 체질에 따라 다르겠지만 구자욱도 점차 체격을 키울 가능성이 크다. 무더운 여름이 되면 아무래도 힘이 달릴 수 밖에 없다. 앞선 선배들을 봐도 그렇고, 메이저리그 역시 특급 타자들의 루키 때 몸과 전성기 몸에는 큰 차이가 있는 경우가 많다. 삼성 코칭스태프도 많이는 아니더라도 좀더 업그레이드된 구자욱을 원하고 있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