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스'는 명예로운 칭호다. 그래서 단순히 뛰어난 실력만으로는 그 이름을 얻을 수 없다. 팀을 이끌 수 있는 리더십과 동료들의 굳건한 신뢰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무엇보다 '에이스'는 위기속에서 보다 강한 힘을 내는 존재들이다. 팀이 연패에 빠졌을 때, 혹은 경기 중 대량 실점 위기에 몰렸을 때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진정한 역량이 드러난다. 진짜 '에이스'들은 그럴 때 더 빛을 발한다.
SK 와이번스 좌완투수 김광현은 2007년 데뷔 이래 줄곧 '에이스'로 불려왔다. SK 뿐만 아니라 한국 프로야구 전체를 통틀어서도 그만한 좌완 투수는 별로 없다. 그런 김광현은 지금 위기에 빠져 있다. 순간적으로 상황 판단을 잘못했고, 이후에도 적절치 못한 처신을 해서 벌어진 일이다. 어쩌면 지금이야말로 김광현이 '에이스'의 명예로운 칭호를 달 자격이 있는 지 판가름할 수 있는 진정한 시험대에 올랐다고 볼 수 있다.
상황은 순식간에 벌어졌다. 지난 9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 SK의 경기. 0-0이던 4회말 2사 2루 때 박석민이 내야 뜬공을 쳤다. 하지만 이 공의 낙구 방향을 포수 이재원과 선발 투수 김광현, 그리고 1루수 브라운이 모두 놓치며 사단이 생겼다. 수비진의 혼란 속에 타구는 원바운드가 됐고, 2루에 있던 최형우는 이 사이 3루를 돌아 홈까지 달려왔다. 뒤늦게 SK 3명의 내야수들이 달려들어 글러브를 뻗었다. 그리고 김광현이 옆을 스쳐가는 최형우를 태그해 아웃 선언을 이끌어냈다.
찰나에 벌어진 상황이다. 심판도, 삼성 선수들도 모두 김광현이 공을 잡아 정상적으로 태그했다고 여겼다. 상황이 끝난 듯 했다. 하지만 최소한 두 사람은 '진실'을 알고 있었다. 사실 공은 브라운이 잡았고, 김광현은 빈 글러브로 최형우를 태그해 아웃을 이끌어낸 것. 명백한 '기만 행위'다. 그리고 이 진상은 금세 드러났다. 김광현과 나란히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덕아웃으로 브라운의 글러브에서 난데없이 공이 떨어졌다. 그리고 이 장면은 중계 화면을 통해 만천하에 공개돼 버렸다.
1차적인 잘못은 상황을 정확히 판단하지 못하고 잘못된 아웃 선언을 한 원현식 구심과 다른 심판진에 있다. 그러나 김광현과 SK 구단도 명백히 실수를 했다. 특히 김광현은 경기 후 구단을 통해 "태그를 위한 연속적인 동작을 한 것이었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일부러 속이려고 했던 것은 아니다"라는 말로 상황을 모면하려 했다. 상황의 본질을 이해하지 못한 매우 잘못된 발언이고, 사후 대처다. 결과적으로 김광현과 SK 구단은 상대편인 삼성 뿐만 아니라 온 프로야구 팬들을 우롱했다.
김광현의 발언은 사실이지만, '진정성'은 담겨있지 않다. 급박하게 돌아가는 승부에 몰입하다보면 이같은 실수는 누구라도 할 수 있는 건 맞다. 김광현도 일부러 속이려고 했던 것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속인 게 맞다. 고의적이지 않았다고 해서 '속였다'는 사실이 '속이지 않았다'가 되는 건 아니다.
그렇다면 김광현은 이에 대해 진심어린 사과를 했어야 한다. "일부러 속이려 한 것은 아니다"에서 그칠 게 아니라 "어쨌든 결과적으로는 상대를 속이고, 팬 여러분께 실망감을 안겼다. 이에 대해 양심적으로 미안하고, 반성한다.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고 고개를 숙였어야 옳다. 그게 바로 프로 데뷔 9년차로 한국 프로야구를 대표한다는 '에이스'에 걸맞는 행동이다.
뛰어난 경기력을 보여준다고 해서 '에이스'는 아니다. 위기 속에서도 굴하지 않는 투지, 그리고 늘 정정당당하게 팀을 이끌어가는 헌신. 자신의 실수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인정하고 사과하는 책임감. 이런 가치들을 모두 지녀야 진정한 '에이스'다. 김광현이 지금 해야 할 일은 구단 뒤에 숨는 게 아니다. 양심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당당히 대중 앞에 나와 고개를 숙여야 한다. 그게 진짜 '에이스'다운 처사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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