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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이닝 77개, kt 저마노가 보여준 경제적 투구의 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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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이 지났지만, kt 저스틴 저마노의 안정감은 여전했다.

저마노는 14일 잠실 두산전에 선발등판했다. 화려했던 복귀무대였다.

7이닝 6피안타 1볼넷 1실점. 투구수는 단 77개에 불과했다.

2011년 삼성에서 카도쿠라의 대체카드로 한국무대를 밟았던 우완 정통파 투수. 8경기에 등판하며 5승1패, 평균 자책점 2.78의 뛰어난 경기력을 보여줬다.

하지만 이듬해 삼성과 연봉 줄다리기 끝에 메이저리그로 떠났다. 자동적으로 저마노가 한국 무대로 돌아올 경우, 우선 권리는 삼성에 있었다. 하지만 kt가 대체 외국인 투수로 저마노를 점찍은 뒤 삼성의 양해를 얻었고, 결국 kt 유니폼을 입고 우여곡절 끝에 4년 만에 한국 무대에 돌아올 수 있었다.

그는 파워피처가 아니다. 140㎞ 중반대의 패스트볼을 가지고 있지만, 대부분 패스트볼 구속은 140㎞ 초반대다. 하지만 주무기인 투심 패스트볼과 커브의 위력은 매우 좋다. 투심 패스트볼의 경우 상황에 따라 낙차의 폭을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저마노의 가장 큰 장점은 칼날같은 제구력이다. 결국 정확한 좌우코너워크와 다양한 구종으로 상대 타자를 맞혀잡는 유형의 투수.

이날 경제적 투구의 극치를 보여줬다.

그의 정교한 제구력과 함께 두산 타자들의 적극성이 결합된 결과물이었다.

1회 8개의 공만을 던졌다. 특히 김현수를 3구 삼진으로 처리하는 모습은 압권이었다.

초반에는 운도 따랐다. 두산 타자들의 좋은 타구가 야수 정면으로 향했다. 2회 양의지의 잘 맞은 직선타는 저마노의 글러브에 그대로 빨려 들어갔다. 스타트를 빨리 끊었던 1루 주자 로메로도 비명횡사. 병살타였다.

5회까지 단 43개의 공만을 던졌다. 마운드가 안정되자, 야수들의 호수비도 이어졌다. 특히 유격수 박기혁은 여러 차례 까다로운 타구를 잡아내는 호수비를 보였다.

6회에는 특유의 병살타 유도능력까지 과시했다. 선두타자 허경민에게 중전 안타를 허용했지만, 김재호를 풀카운트 접전 끝에 유격수 앞 병살타로 처리했다.

물론 불안한 측면도 있었다. 7회 들면서 저마노의 공은 약간 높아지기 시작했다. 결국 정수빈에게 중전안타를 허용한 뒤 김현수와 로메로를 삼진으로 잡아냈지만, 오재원과 양의지에게 연속 안타를 내주며 첫 실점했다.

힘이 조금 떨어진 5회 이후 투구수가 34개. 하지만 부담스러웠던 첫 등판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괴물같았던 경기력이었다. 잠실=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