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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척돔 이전, 재앙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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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상황이 이어진다면, 고척돔 이전은 히어로즈에 기회가 아닌 재앙이 될 수 있다. 여러가지 위험 요소를 안고 고척돔 시대를 구상해 왔는데, 서울시는 눈과 귀를 닫았다.
사실 이때까지만 해도 불확실한 면이 많았지만, 미래를 구상할 수 있었다. 하지만 오랫동안 고척돔 이전 문제는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았다. 구장 용도에 관한 협의가 히어로즈 구단이 완전히 배제가 된 가운데 진행됐다. 모든 게 협의가 아닌 통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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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서울시쪽 협상 파트너도 수없이 바뀌었다.
지난달 말 서울시의회는 '서울특별시립체육시설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조례 일부 개정 조례안'을 통과시켰다. 이에따라 히어로즈 구단는 내년부터 2년간 한시적으로 고척돔 광고권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서울시는 이 광고권을 히어로즈 구단을 위한 '특혜'내지 '선물'로 착각하는 것 같다. 프로구단에 홈구장 광고권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서울시를 제외한 나머지 지자체들은 연고지 프로구단에 광고권을 넘긴 지 오래다.
물론, 2년 한시적 광고권이 공짜는 아니다. 서울시가 평가액을 정하면, 구단은 비용을 지불하고 광고를 끌어와야 한다.
일부에선 '돔구장 효과'에 따른 광고 수익 증가를 전망하는데, 아직까지 이 부분에 대한 신뢰할만 분석이 없었다. 광고 공간이 넓어진다고 해도 경기가 좋지 않고, 그만큼 마케팅 비용도 따른다. 또 네이밍 스폰서, 유니폼 광고에 비해 그라운드 광고가 차지하는 비중이 큰 것도 아니다. 광고권 하나로 생색을 낼 게 아니다.
고척돔으로 가면 히어로즈 구단의 금전적인 부담이 폭증할게 뻔하다. 경기장 임대료를 비롯해 전기료, 시설유지비 등 경상비용이 2배 이상 뛰어오를 것으로 보인다. 하루 전기료만 1000만원을 예상하는 이들도 있다. 접근성이 떨어져 큰 폭의 관중 증가를 기대하기도 어렵다. 엄청난 적자를 피하기 어렵다. 히어로즈 구단이 매년 40억원이 넘는 적자를 안고 왔는데, 한계점에 다다를 수도 있다. 고척돔 운영권이 서울시에는 '수익'의 문제지만, 히어로즈 구단에는 '생존'이 걸린 사안이다.
히어로즈 구단은 그동안 서울시에 운영권을 요구했다. 운영권을 확보해 공연예술 이벤트를 유치, 적자를 보전하기 위해서다. 이게 어렵다면 2년 후 구장 운영권을 포함한 우선협상권 보장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서울시는 요지부동이다.
이런 식이라면 고척돔으로 갈 이유가 없다.
KBO, 강건너 불구경은 안된다.
한국 프로야구는 몇 년전 승승장구하던 현대 유니콘스의 해체를 목도했다. 여러가지 어려움을 이겨내고 제9, 10구단까지 출범시켜 10개 구단 체제를 만들었다. KBO리그가 최고의 인기 종목으로 자리를 잡았다고 해도, 숙제가 쌓여 있다. 아직도 프로야구단을 홍보의 수단으로만 생각하는 기업은 없다. 스포츠 산업화, 구단 자립의 첫 단계는 경기장 문제 해결에 있다.
경기장 소유권을 지자체가 갖고 있다보니 개별 구단들은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KBO의 적극적인 역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방 구단의 A단장은 "지자체가 자꾸 구단이 수익을 내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데, 지금 수익을 내고 있는 팀이 어디있나. 지자체가 매사에 무엇인가를 빼앗긴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10개 구단이 한 목소리를 내던지, KBO가 조금 더 움직여야 한다"고 했다. 일부 지자체가 경기장 운영권, 신축구장 문제를 두고 딴소리를 하는데도 개별 구단은 제 목소리를 내기 어렵다.
다른 구단의 한 고위 관계자는 "지자체들이 아직까지 구단을 기업의 홍보수단으로 생각하는데, 이제 대다수 팀이 홍보가 아닌 산업적인 측면으로 바라보고 있다. 지자체는 프로야구단을 지역을 빛내주는 콘텐츠 생산기업으로서 보호하고 육성할 생각을 해야 한다"고 했다. 고척돔 문제는 히어로즈 구단과 서울시만의 문제가 아니라, KBO리그 전체 구단의 문제다.
한 구단 관계자는 "지자체를 상대할 때 KBO가 우산 역할을 해줘야 한다. 그래야 구단도 KBO 이름을 앞세워 협상력을 높일 수 있다"고 했다.
고척돔 문제의 당사자는 히어로즈, 서울시 둘뿐이다. 다른 선택이 없는 상황이다. 서울시가 막연하게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식으로 접근한다면, 돌이킬 수 없는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 박원순 시장의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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