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 혹은 '제자리 정지'. 지금 한화 이글스 좌완 필승카드 권 혁에게 필요한 건 '숨 고르기'다. 잠시 멈춰서서 최후의 싸움을 위한 힘을 끌어모을 시기가 됐다.
한화는 힘겨운 8월을 보내고 있다. 후반기 본격적인 5위 싸움이 펼쳐지고 있는 가운데, 아슬아슬하게 '승률 5할 고지'를 지켜내고 있다. 하지만 페이스가 썩 좋지는 않다. 로저스의 합류 이후 첫 4연승을 거두며 살아나는 듯 했는데, 다시 힘이 떨어졌다. 15일까지 치른 13경기에서 5승8패로 썩 좋지 못했다.
무엇보다 주목할 점이 있다. 이 성적을 내게 된 과정이 좋지 않다. 5승 중에서 한화의 '전매특허' 같았던 역전승은 겨우 2승 밖에 없다. 대신 역전패가 무려 5번이나 됐다. 이전까지 한화 야구의 특징이었던 '강력한 뒷심야구'가 사라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그 가장 핵심적 요인이 바로 권 혁의 부진이다.
권 혁은 올해 '한화 야구'를 상징하는 아이콘이다. 팀의 주장이자 최고 인기 스타는 김태균이지만, 권 혁은 전술적인 측면에서 '김성근 야구'의 핵심을 맡고 있다. 시즌 초반부터 필승계투와 마무리를 전천후로 오가며 늘 경기 후반 팀을 든든히 지탱해왔다. 그 과정에서 '혹사 논란'이 벌어지기도 했지만, 김 감독과 권 혁은 크게 동요하지 않고 각자의 야구를 펼쳐왔다. 그 결과 권 혁은 올해 '리그 역전승 1위' 한화의 상징이 됐다.
그런데 최근 들어서 권 혁은 시즌 중반기까지 보였던 압도적인 위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그것도 갑작스럽게 페이스가 떨어진 모습이다. 사실 7월말 이후의 권 혁은 다시 시즌 초반처럼 압도적인 모습이었다. 지난 7월15일 청주 롯데전에서 연장 10회초 상대 무명선수 김주현에게 역전 투런 홈런을 맞았을 당시에 최저점으로 떨어졌던 컨디션과 구위는 올스타 휴식기 등을 거치며 다시금 회복됐다. 이후 지난 7월28일 잠실 두산전부터 8월9일 대전 롯데전까지 7경기 연속 무실점 행진을 이어갈 수 있었다. 이 기간의 권혁은 7경기에서 10⅓이닝을 던지며 단 4개의 안타밖에 내주지 않으면서 3세이브를 따냈다.
폭풍같은 기세를 보인 뒤 권 혁은 3일간 푹 쉬었다. 10일은 월요일, 11일은 로저스의 완봉승, 12일은 송창식-박정진-김민우 등 세 명의 투수만으로 한화가 승리를 거둔 덕분에 또 쉬었다. 3일 연속 휴식으로 인해 권 혁은 피로감을 털어내고 다시 좋은 구위를 보여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오히려 역효과였다. 13일 목동 넥센전에서 ⅓이닝 동안 홈런 1개 포함 2안타로 2실점을 기록했다. 이어 14일 하루를 쉰 뒤에 나선 15일 포항 삼성전에서도 ⅔이닝 만에 3안타로 3점을 허용했다.
시즌 내내 최고의 퍼포먼스를 보였던 권 혁의 이런 2연속 부진은 꽤 의외다. 또 한화로서는 대단히 충격적인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권 혁이 없는 한화는 상상조차 할 수 없다. 더구나 쉬고 난 뒤에 나선 경기에서 얻어맞았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된다. 분명 구위나 볼배합 등에 문제가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이야말로 권 혁이 '숨 고르기'를 할 최적의 시기일 수 있다. 지금 당장 한화가 펼치는 5위 싸움은 쉽게 결론이 나지 않는다. 김 감독 역시 "20경기 정도 남았을 때나 순위 판도가 갈릴 듯 하다. 지금은 큰 의미없다"며 다소 여유를 보이는 상황. 차라리 지금 권 혁에게 최대한의 여유를 허락하면서 후에 다가올 진정한 '순위 전쟁'을 위해 아껴두는 것이 더 바람직할 수 있다. 권 혁이 당장 빠진다고 해서 한화가 '와르르' 무너지진 않는다. 권 혁 스스로도 2연속 부진의 충격을 크게 곱씹을 필요는 없다. 다만 숨을 한번 고르고, 다시 이를 글러브를 손에 끼우는 순간은 반드시 필요하다. 지금보다 권 혁이 힘을 더 써야 하는 시기는 반드시 온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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