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1000만달러(한화 약 117억5000만원)'부터 시작이라고 보면 된다.
넥센 히어로즈가 '박병호 메이저리그 포스팅'으로 벌어들이게 될 금액, 그리고 메이저리그가 생각하는 '코리안 슬러거' 박병호의 가치. 이미 '백만달러' 단위는 넘어섰다고 봐야 한다. 굳이 부풀릴 필요는 없지만, 일부러 평가절하할 이유도 없다. 명확한 근거에 의한 전망치다. 박병호의 포스팅 금액은 적어도 1000만달러 단위가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박병호를 띄운, 강정호의 시너지
공교롭게도 박병호는 강정호의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지난 시즌을 끝으로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메이저리그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에 입단한 강정호가 첫 시즌부터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쳐준 것이 주효했다. 박병호의 가치가 이 덕분에 상향조정된 것. 강정호처럼 포스팅 시스템으로 메이저리그행을 노리는 박병호로서는 엄청난 호재다.
사실 강정호가 메이저리그로 가기 이전까지, 아니 피츠버그에 입단한 직후에도 'KBO리그 타자'에 대한 메이저리그의 평가는 낮았다. 그럴 수 밖에 없다. 이전까지 KBO리그 출신 타자가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사례 차체가 없었기 때문. 과거 최희섭과 현재의 추신수가 있지만, 이들은 KBO리그를 거치지 않고 아마추어에서 바로 미국으로 간 케이스다.
때문에 메이저리그 내에서는 'KBO 리그 타자'의 수준에 관해 판단할 '근거 자료'가 없었다. 아무리 KBO리그에서 쌓아온 성적이 있다고 해도, '리그간 수준 차이'를 이유로 평가절하돼 왔다. 강정호도 마찬가지였다. 포스팅 과정에서 우여곡절이 많았고, 피츠버그가 결국 포스팅 액수 500만2015달러에 강정호에 관한 협상권을 따냈을 때도 현지에서는 '과다 지출'이라는 비판 여론이 컸다.
그러나 이런 비판은 강정호가 알토란같은 활약을 펼치면서 금세 사라졌다. 실제로 뚜껑을 열고보니 강정호의 실력은 '진짜'였던 것이고, 그런 면에서 KBO리그의 기록도 어느 정도는 신뢰할만 하다는 기준점이 세워진 것이다. 이런 변화가 고스란히 박병호에 대한 '호평가'로 이어지고 있다.
▶박병호가 누리게 될 '이미지 상승' 효과
이러한 분위기 변화는 박병호에게 커다란 시너지 효과를 미칠 수 있다. 무엇보다 '박병호의 가치'에 대한 기준이 상당히 올라가게 됐다. 이를테면, 강정호가 '제로 베이스'에서부터 가치를 평가받았다면, 박병호는 '강정호 기준' 이상에서부터 출발할 수 있게 된 것이다.
KBO리그에서 박병호는 2011시즌부터 4년간 강정호와 팀메이트였다. 둘이 중심타선에서 엄청난 위력을 발휘했다. 게다가 박병호는 2012년부터 3년 연속 KBO리그 홈런킹에 올랐다. 지난 3년간 친 홈런이 무려 120개다. 시즌 평균 40홈런꼴이다. 올해도 40홈런을 이미 넘겼다. 이런 기록이 '강정호 덕분'에 메이저리그에서도 통할 수 있다고 평가되고 있다. 일종의 이미지 상승효과다.
만약 강정호가 아니었다면 박병호가 아무리 홈런 40~50개를 KBO리그에서 쳤더라도 잘 인정받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강정호가 활약한 덕분에 KBO리그의 특급 타자라면 메이저리그에서도 '통한다'는 인식이 형성됐다. 자연스럽게 박병호에 대한 이미지도 '강정호의 팀메이트이자 강정호를 압도했던 KBO리그 최강 홈런킹'으로 형성될 수 있었다. 만약 강정호가 없었다면 박병호에 대한 인식은 그저 'KBO리그 홈런킹'정도였을 것이다. 틀린 표현은 아니지만, MLB 구단들의 영입 욕구를 자극할 만한 이미지라고 하긴 어렵다.
대단히 중요한 분위기 변화다. 박병호의 잠재가치와 몸값에 대한 추정치의 기준점이 '강정호 이상'에서부터 출발할 수 있게됐기 때문. 따라서 포스팅 금액과 계약 내용도 기본적으로 '강정호 기준'에서부터 시작된다. 이미 수많은 MLB구단들이 강정호의 포스팅에 참가하지 않은 것을 후회하고 있다. 이런 '후회'가 박병호 포스팅에 쇄도할 경우 '1000만달러' 기준점은 쉽게 무너질 것이 뻔하다.
▶아쉬움과 설렘이 교차하는 히어로즈
빼어난 실력에 성실한 품성, 그리고 동료들의 신뢰까지 받는 선수가 외부로 떠나는 걸 좋아할 팀은 세상 어디에도 없다. 박병호는 히어로즈 구단의 얼굴이자 핵심 전력이다. 히어로즈 구성원이라면 누구나 박병호가 남아주길 원할 것이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히어로즈 구단과 염경엽 감독은 박병호의 의사를 존중하겠다는 공식 입장을 내놓은 상태다. 강정호의 케이스도 있기 때문에 구단이 강제적으로 박병호의 해외 진출 시도를 막을 명분이 없다. 히어로즈는 아쉬움을 누르며 박병호를 놓아줄 준비를 하고 있다.
그러나 박병호의 포스팅을 통한 메이저리그 진출이 구단 측에 꼭 손해만 되는 건 아니다. 더구나 대기업의 지원없이 자체적으로 구단을 운영하는 히어로즈 구단으로서는 박병호의 포스팅 금액이 팀 운용에 큰 힘이 될 수 있다. 현실적인 이야기다. 이미 강정호를 통해 히어로즈 구단은 이런 경험을 해봤다. 수십억원의 포스팅금액을 받아 운영자금으로 유용하게 사용했다.
박병호의 경우에는 이전보다 더 큰 포스팅 규모가 예상되는 만큼 히어로즈 구단이 얻게될 경제적 이득도 훨씬 커진다. 박병호만큼의 대형 슬러거를 찾는 게 보통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선수 발굴과 육성에 좋은 역량을 보이고 있는 히어로즈 구단과 염경엽 감독이라면 새로운 스타를 만들어낼 수도 있다. 결과적으로 아쉬움이 크지만, 이후 생길 이득을 따지면 히어로즈 구단도 내심 설렐 듯 하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