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이현호(23)는 올 캠프에서부터 두산이 '비밀 병기'로 꼽은 왼손 투수다. 145㎞ 중반의 직구에다 슬라이더, 커브, 포크볼 등 변화구도 다양하다. 제물포고 시절에는 유창식(KIA·광주제일고)에 이어 좌완 '넘버 2' 투수였다. 하지만 제구가 말썽이었다. 잘 던지다가도 영점이 흔들리며 스스로 무너지는 적이 많았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시즌 초 "이현호를 내보내면서 '이 타자만 막아라'고 바랄 때가 많다"는 얘기를 했다. 그 걸 이겨내면 선수도 한 단계 성장하고, 팀에도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그만큼 기대가 아주 컸다. 기본적으로 하드웨어가 탄탄하고 긴 이닝 소화가 가능해 팀의 미래라는 말까지 나왔다. 타구단에서도 올 시즌 이현호를 중심으로 한 트레이드 문의를 몇 차례나 해왔다.
늘 2% 부족했던 이현호가 마침내 자신의 잠재력을 폭발했다. 17일 인천 SK전에서 한 경기 개인 최다 이닝 투구로 생애 첫 선발승을 거뒀다. 그는 6이닝 동안 단 1안타만 허용하며 1볼넷 3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다. 75개의 공을 던지면서 최고 시속 145㎞의 직구(53개)로 타자를 윽박 질렀고, 포크볼(18개)과 커브(3개)로 타이밍을 뺏었다. 그의 종전 한 경기 최다 이닝은 4⅓이닝. 선발들이 일찍 무너진 가운데 중간 투수로 나와 두 차례 기록했다.
3회까지 퍼펙트를 기록할 만큼 구위가 좋았다. 4회 선두 타자 이명기에게 허용한 중전 안타가 유일한 피안타였다. 1회 9개, 2회 13개, 3회 12개, 4회 6개, 5회 22개를 던진 그는 6회에도 마운드에 올라 13개의 공으로 나지환-이명기-김성현을 모두 뜬공으로 처리했다. 시즌 첫 월요일 경기를 치르는 두산 입장에서는 이현호가 6회까지 버텨주면서 불펜을 아낄 수 있었다.
이현호는 일전에 "감독님이 던지라면 0-10인 상황에서도 전력 투구를 하겠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 "1군에서 살아남기 위해 최선을 다하면서 자주 경기에 나가면 무조건 기분이 좋다"는 것이다. 그는 아울러 "컨택트 위주의 타자보다는 거포들과의 승부가 편한 느낌이 든다. 잘 치는 타자들은 스윙도 적극적인 경향이 있어 포크볼만 제대로 들어가면 좋은 결과가 나올 때가 많다"며 "아직 제구가 들쭉날쭉한데, 좀 더 노력해 확실히 내 공을 던지도록 하겠다. 또 내 공을 믿고 자신 있게 던지겠다"고 말했다. 이날 SK의 이재원-정의윤-박정원-김강민-브라운에게 안타를 맞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이다.
함태수 기자 hamts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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