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와이번스가 후반기 들어서도 예상 밖으로 부진한 이유는 집중력 부족과 자신감 결여 때문이다. 작은 플레이에 약했고, 끈질긴 승부 근성이 아쉬운 경기가 많았다. 단조로운 경기운영을 꼽는 전문가들도 많다. 부상자가 많았다는 점도 인정된다. 지금의 위치가 어디서 비롯됐든 투자 대비 전력을 밑도는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팬들의 실망은 크기만 하다.
그래도 지금은 매경기 최선을 다해야 할 때이다. SK는 22일 NC 다이노스에 패하면서 최근 11경기에서 2승9패를 기록했다. 그러나 5위 경쟁팀 KIA 타이거즈, 한화 이글스와의 격차는 크지 않다. 분위기를 탄다면 전세를 뒤집을 수도 있다. 전력은 갖춰놓은 상태다. 올시즌 들어 가장 완벽한 멤버가 구성됐다.
간판타자 최 정이 돌아왔다. 최 정은 이날 경기를 앞두고 1군 엔트리에 올랐다. 최 정은 지난 11일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1루 귀루를 하다 오른 발목을 접질리며 인대 부상을 입었다. 3~4주 진단을 받으며 이튿날 엔트리에서 말소된 최 정은 예상보다 빨리 복귀했다. 이날 경기에서는 9회말 대타로 나가 유격수 땅볼로 물러났다. 그러나 최 정의 복귀는 침체돼 있는 타선에 큰 힘을 불어넣을 수 있다.
주장 조동화와 팀내 최고참 박진만도 최근 1군에 돌아왔다. 조동화는 급성 복통으로 지난 10일 1군서 제외됐고, 박진만은 허리 통증을 호소하며 지난 8일 빠졌다. 두 선수는 지난 20일 목동서 열린 넥센 히어로즈와의 경기에 맞춰 복귀했다.
불펜 에이스로 통하는 박희수와 박정배의 합류도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박희수는 지난해 6월 13일 LG 트윈스전을 마친 뒤 왼쪽 어깨를 호소하며 기나긴 재활에 들어갔다. 8월 들어 라이브피칭과 2군 실전 테스트를 성공적으로 마친 박희수는 지난 17일 약 1년 14개월만에 1군 엔트리에 올랐다. 이날 NC전까지 복귀 후 3경기에서 1⅔이닝 3안타 1실점을 기록했다. 서서히 감각을 찾아가고 있는 과정이다. 전천후 불펜 요원인 박정배도 지난 2일 합류해 불펜서 큰 힘을 보태고 있다.
선발 로테이션의 한 축을 맡고 있는 윤희상이 어깨 통증으로 지난 16일 1군서 제외됐지만 상태가 심각한 것은 아니라는게 SK의 설명이다. 피로 누적 탓이기 때문에 충분히 휴식을 취하면 회복되는 상황이다. 김용희 감독에 따르면 NC 손민한이 등판하는 방식처럼 일정에 간격을 두고 등판하면 큰 문제는 없다.
SK가 올시즌 이처럼 투타에 걸쳐 베스트 전력을 가동한 적은 없었다. 한창 컨디션을 되찾던 7월초 타구에 손목을 맞고 뜻하지 않게 퇴출된 밴와트를 제외하면 '명목상'의 전력은 지금이 최고라고 할 수 있다. 후반기 들어서는 LG와의 트레이드를 통해 좌완 신재웅과 오른손 거포 정의윤을 데려와 전력의 부족한 부분까지 채웠다. 한때 1위에 올랐던 지난 5월 20일 당시의 엔트리와 비교하면 문광은과 이재영, 밴와트가 빠졌을 뿐 박정배 박희수 윤희상 신재웅 김강민 정의윤 등이 추가 전력이다. 8월말을 향해 치닫는 시점서 선발과 불펜, 공격 라인업에 걸쳐 SK만큼 완벽한 멤버를 갖춘 팀도 많지 않다.
SK는 22일 현재 36경기를 남겨놓고 있다. 그나마 유리하다고 해야 할까. 10개팀 가운데 남은 경기수가 가장 많다. 전력 누수 없이 가장 많은 경기를 치른다는 점에서 분명 '가능성'은 높다. 지금이라도 문제 파악과 정신 무장을 통해 전력을 극대화한다면 한 번 해볼만은 하다. 프런트와 벤치가 감당해야 할 몫이 크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