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이글스는 최근 3년간 10승 투수를 배출한 적이 없다.
2011년 류현진이 11승을 거둔 게 10승의 마지막. 2012년 한화에서 마지막 시즌을 보낸 류현진이 9승을 거뒀고, 2013년엔 바티스타가 7승, 지난해에도 이태양과 안영명 윤규진 등 3명이 7승을 올린게 팀 내 최다승이었다.
올해는 드디어 10승 투수가 탄생할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선발이 아니고 불펜투수다. 바로 권 혁이 10승 문턱에 왔다. 권 혁은 26일 대전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의 홈경기서 9-9 동점을 이룬 9회초 2사 2,3루의 위기에 등판해 11회초까지 1안타 무실점으로 막았고, 11회말 터진 김태균의 굿바이 안타로 승리투수가 됐다. 시즌 9승째였다. 9승 모두 구원승.
최근 구원으로 10승 이상을 거둔 경우는 지난 2009년 임태훈(당시 두산)이 11승이었다. 권 혁이 10승째를 거둔다면 6년만에 다시 구원 10승 투수를 보게 되는 것.
권 혁 개인적으로도 9승은 2007년과 2010년에 기록했던 자신의 시즌 최다승(7승)을 뛰어넘는 신기록이다. 10승은 데뷔 후 처음 맛보는 쾌거가 될 듯.
그러나 한화로선 조금은 속상할 수도 있다. 선발이 아닌 구원 투수가 10승에 먼저 오른다는 것은 그만큼 선발진이 약하다는 것을 방증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선발투수도 10승에 대한 가능성이 있다. 토종 선발 안영명과 외국인 투수 탈보트가 나란히 8승씩을 올리고 있다. 2승만 더 추가하면 10승 고지에 오른다. 한화가 아직 30경기를 남겨놓고 있어 6번 정도의 등판이 가능해 2승을 추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꺼번에 10승 투수를 3명이나 배출할 기회가 있다. 한화가 3명 이상 10승 투수를 만들어낸 때는 2007년 (류현진 17승, 정민철 12승, 세드릭 11승)이 마지막이었다. 8년만에 다시 한번 두자릿수 승리 투수를 3명 볼 수 있는 상황이 만들어지고 있는 것.
누가 먼저 한화 마운드의 긴 어둠의 터널을 뚫을지 궁금해지는 시기다. 언제든지 구원등판할 수 있는 권 혁이 먼저 10승의 테이프를 끊을까 아니면 탈보트나 안영명이 선발의 자존심을 세울까. 이들의 승리가 늘어날수록 한화의 5위 가능성은 높아진다. 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