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학년 축구]투혼의 호남대, 집념으로 우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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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대가 31일 강원도 양구종합운동장에서 열린 KBSN 제12회 추계 1,2학년 대학축구 우승을 차지했다. 호남대는 울산대와의 결승전에서 연장 접전 끝에 3대2로 역전승했다.

성한수 호남대 감독에게는 특별한 순간이었다. 성 감독은 학생 시절 최고의 자원이었다. 연세대 재학시절 '제2의 황선홍'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1999년 K리그 드래프트 1순위로 대전에 입단했다. 부상이 발목을 잡았다. 입단 첫 해 여름 오른 무릎 인대가 파열됐다. 대전에서 3시즌을 뛰었지만 39경기 출전 6골에 불과했다. 2002년 전남으로 이적했다. 이적료는 8억원. 당시 최고였다. 그러나 3시즌 동안 20경기에 나와 2골을 넣는데 그쳤다. 2004년 방출됐다. 내셔널리그 창원시청에서 생활하다 2007년 은퇴했다.

2007년 한민대 코치로 활약했다. 2009년 한민대에서 나온 뒤 방황했다. 그러던 2011년 임관식 감독의 부름을 받고 호남대 코치로 부임했다. 2014년 6월 임 감독이 광주FC 스카우트로 가면서 지휘봉을 물려받았다.

성 감독의 호남대는 끈질기다. 조별리그 두번째 경기에서 딱 한명 있는 골키퍼가 다쳤다. 1학년생 미드필더 김민준이 골키퍼 장갑을 꼈다. 정식으로 골키퍼를 한 적은 없었다. 골키퍼 유니폼에 자신의 등번호 34를 바느질한 채 경기에 뛰었다. 사실상 골키퍼 부재 상황이었다. 호남대 선수들은 하나가 됐다. 다들 한 발 더 뛰었다. 공격으로 골키퍼 부재를 극복했다. 준결승전까지 경기당 3.3골을 넣었다. 결승전 역시 투혼의 승리였다. 전반에만 2골을 내줬다. 하지만 후반 들어 안승온이 2골을 만회했다. 연장 후반 시작과 함께 유인우가 결승골을 넣었다. '초짜 골키퍼' 김민준은 울산대의 공격을 막아내며 팀을 우승으로 이끌었다.

성 감독의 우승을 흐뭇하게 바라본 이가 있었다. 김호곤 대한축구협회 부회장이었다. 김 부회장은 연세대를 맡던 1995년 성 감독을 품었다. 성 감독은 문일고 3학년 시절 고교 대회 도중 심판에게 폭언을 퍼부었다. 3년 출전정지 징계를 받았다. 이후 1년 6개월로 경감됐다. 김 부회장은 성 감독을 연세대로 데리고 오며 "운동만 해라. 가을 연고전때는 너를 뛰게 하겠다"고 했다. 성 감독은 김 부회장의 격려에 마음을 추스르고 축구에 매진했다. 성 감독은 "당시 김 감독님의 격려가 큰 힘이 됐다"고 회상했다. 둘은 경기 후 뜨겁게 끌어안았다. 양구=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