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펜의 동료들을 향한 나의 배려일 뿐"
한화 이글스 외국인 투수 에스밀 로저스가 '완투 욕심'의 속내를 밝혔다. 코칭스태프의 교체 지시에 정면으로 반하는 것처럼 보였던 제스추어의 이유는 두 가지였다. 하나는 스스로 경기를 끝내고자 하는 선발 투수로서의 자의식. 그리고 다른 하나는 지친 기색이 역력한 불펜 동료들을 쉬게해주고 싶은 배려심이었다.
로저스는 15일 광주 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KIA 타이거즈와의 경기를 앞두고 취재진과의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로저스는 선발로서 많은 공을 던지는 것에 대한 생각과 최근 두 차례의 교체에 대한 '거부 제스추어' 그리고 팀 동료들과 녹아들기 위한 노력에 관해 밝혔다.
우선은 선발로서 많은 공을 던지는 것에 대해 로저스는 "전혀 문제가 없다"고 단언했다. 로저스는 미국 메이저리그 뉴욕 양키스에서 주로 불펜으로 짧게 뛰었다. 그러나 한화에서는 선발로만 나오면서 매 경기 평균 122개 정도의 공을 던진다. 무리는 아닐까. 실제로 로저스는 지난 8월27일 창원 NC전 이후 엔트리에서 한 차례 제외됐다. 김성근 감독은 "컨디션 조절 차원"이라고 밝혔다. 이에 관해 로저스는 "미국에서 마이너리그나 메이저리그에서 불펜으로 주로 뛰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매번 집중해서 전력 투구를 해왔다. 늘 나는 최선을 다해 훈련을 해왔고, 경기에 임했기 때문에 특별히 큰 부담은 없다"고 단언했다. 이어 로저스는 "투수로서 공을 던질 때가 가장 행복하다. 공을 던지지 않을 때는 기분이 좋지 않을 정도"라고 덧붙였다.
이어 로저스는 지난 13일 부산 롯데전에서 9회말 벤치의 교체 지시에 관해 불만스러워하는 제스추어를 보인 점에 관한 속사정도 털어놨다. 로저스는 "우선 교체에 대해 거부의사를 표시한 건 아니었다. 그저 더 많이 던지고 싶다는 표현이었을 뿐"이라면서 "선발로 나갔을 때는 내가 경기를 끝내고 싶은 마음이 있다. 더구나 요즘 우리 팀 불펜투수들이 많이 던져서 힘들어하고 있지 않나. 내가 경기를 끝내서 동료들에게 휴식을 주고 싶었다. 나는 5일을 쉬었기 때문에 힘이 남아있었다"고 설명했다.
로저스는 이날도 경기 전 타격 연습을 하는 동료들에게 말을 붙이며 익살스러운 모습을 보여줬다. 내야에 나가 공을 받거나 캐치볼을 하기도 했다. 이런 모습에 관해 로저스는 "팀 동료들의 분위기를 띄워주기 위해서"라며 "이런 모습은 예전 미국에 있을 때도 해왔던 내 천성"이라고 밝혔다. 팀 분위기가 밝아지면 어쨌든 공격과 수비에서 로저스도 많은 도움을 얻을 수 있다. 로저스의 여러가지 행동은 즉흥적이거나 감정적이지 않았다. 모두 명확한 이유가 있었다.
광주=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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