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저스(한화)가 무너졌다. 3이닝 8피안타 6실점. 81개의 공을 던지는 동안 삼진은 1개뿐이었다. 최악의 피칭이다. 2회 4실점, 3회 2실점 했다. 김성근 한화 감독은 4회부터 왼손 김범수를 마운드에 올렸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NC는 전날까지 7경기에서 평균 8이닝씩 던진 '괴물'을 어떻게 공략했을까.
1루쪽으로 향한 파울 타구. 구위 문제?
흔히 투수의 구위를 논하며 회전수 얘기를 많이 한다. 회전수가 많을수록 살아 들어오는 느낌이 받는다는 것이다. 이런 공의 특징은 파울 타구에서 드러난다. 왼손 타자일 경우 방망이가 밀려 3루 외야 쪽으로 향하는 공이 많다. 오치아이 전 삼성 투수 코치도 베테랑 윤성환(삼성)에 대해 "스피드는 빠르지 않지만 공 끝이 좋다. 그런데 파울 타구가 밀리지 않고 잡아 당겨 나올 경우, 교체 타이밍으로 본다"고 했다.
이날 로저스는 경기 초반부터 파울 타구가 예사롭지 않았다. 0-0이던 2회초, 타석에는 테임즈. 6구 만에 2루수 플라이로 물러났지만 세 차례의 파울 타구 중 두 차례가 한화 덕아웃 쪽으로 날아갔다. 타이밍에서 밀리지 않았다. 3회 나성범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잡아 당겨서 파울 타구를 만들어냈다. '칠만 한 공'이었던 셈이다.
결국 NC는 2회 2사 만루에서 김태군-박민우-김준완이 연속 안타를 폭발하며 4점을 뽑았다. 로저스는 앞선 경기까지 연속 안타를 허용할 확률이 높지 않은데, 의외의 결과가 나왔다. 때문에 이 과정에서 로저스가 투구 습관을 읽힌 건 아닌지, 의심도 가능했다. NC가 로저스와의 두 번째 맞대결에 앞서 철저한 준비를 한 듯 했다.
글러브 위치 변경, 극도로 흥분한 로저스.
로저스도 이를 의식했다. 낮은 코스에 제대로 들어간 공까지 맞아 나가자 변화를 줬다. 바로 글러브 위치다. 평소 세트 포지션 때 어깨 라인까지 글러브를 올려 공을 던지던 패턴을 버렸다. 3회부터는 허리 부근에 글러브를 놓고 투구를 했다. 이는 로저스가 글러브를 '까딱' 하는 순간 스타트를 끊는 상대의 도루를 차단하면서 구종 노출도 막으려는 의도로 해석됐다.
하지만 여기서 보크가 나왔다. 5-0이던 1사 1루 이호준의 타석. 초구를 뿌리는 순간 문승훈 2루심이 보크를 지적했다. 이유는 일정치 않은 세트 포지션에 있었다. 보크 규정은 기본적으로 투수가 주자를 속이려는 것을 막기 위해 존재한다. '고의성' 여부가 중요하다. 그리고 심판진은 갑작스럽게 바뀐 로저스의 세트 포지션에 '고의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김성근 한화 감독은 짧게 항의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로저스는 보크 이후 1사 2루에서 이호준에게 내야 안타, 손시헌에게 좌익수 희생 플레이를 허용하며 1실점을 했다. 스코어는 6-0까지 벌어졌고 한화 벤치는 3회가 끝난 뒤 투수 교체 타이밍을 빠르게 가져갈 수밖에 없었다.
대전=함태수 기자 hamts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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