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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호는 왜 위대한가. 50번째 홈런에 답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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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호(29·넥센)가 KBO리그 최초로 2년 연속 50홈런 고지에 올랐다.

박병호는 21일 창원 마산구장에서 열린 NC와의 원정 경기에서 4번 타자 1루수로 선발 출전해 0-0으로 맞선 4회 두 번째 타석에서 NC 선발 이태양의 초구 직구(134㎞)를 잡아 당겨 솔로 아치를 그렸다. 전날 시즌 49홈런을 때린 박병호는 이로써 지난해(52개)에 이어 2년 연속 50홈런의 대기록을 썼다. 이날 성적은 4타수 1안타 2타점.

지금까지 국내 프로야구에서 한 시즌 50홈런을 달성했던 선수는 3명이다. 이승엽(삼성)이 1999년과 2003년 각각 54홈런, 56홈런을 작성했고, 2003년 심정수(당시 현대)가 53홈런을 터트렸다. 하지만 두 시즌 연속 50홈런은 박병호가 최초다. 통산 416홈런을 기록 중인 이승엽은 1999년 사상 첫 50홈런을 넘어 54홈런을 때린 뒤 2000년에는 36홈런을 기록했다. 이어 2003년 한 시즌 최다인 56홈런을 폭발한 뒤 다음 해에 일본 프로야구 지바롯데 마린스로 이적했다.

▶왜 위대한 타자인가. 50번째 홈런에 다 나온다.

이날 홈런은 박병호가 KBO리그 최고의 타자인 이유를 모두 담고 있다. 우선, 타구의 질 자체가 다르다. 이태양의 직구가 박병호 방망이 스위트 스팟에 맞는 순간, 타구는 아주 빠르고 높이, 그리고 멀리 날아갔다. 조금만 더 뻗었으면 장외 홈런으로 연결될 수도 있던 상황. 마산 구장 왼쪽 홈런석 상단에는 한 업체의 소주 광고판이 붙어 있는데, 130m를 날아간 공은 그곳을 강타했다.

상대 선발이 언더핸드 투수라는 데도 주목해야 한다. 박병호는 지난해 52개 홈런 가운데 우투수에게 32방, 좌투수에겐 15방, 언더핸드에게 5방을 폭발했다. 언더핸드 투수를 상대로는 2할4푼7리로 타율 자체가 낮은 데다가 홈런도 적었다. 하지만 올해는 다르다. 약점을 극복해냈다. 이날까지 그는 우투수 32개, 좌투수 10개, 언더핸드에게 8개의 축포를 폭발했다. 타율도 3할6푼1리로 상당히 높다. 왜 메이저리그 다수의 구단이 그를 탐내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50홈런? 팀이 이기는 것이 중요하다.

전날 49번째 홈런을 터뜨린 박병호는 이날 승패와 상관없이 매 타석 초미의 관심사가 됐다. KBO리그 새 역사를 쓸 수 있는 유력한 후보. 하지만 그는 경기 전 꽤 인상 깊은 얘기를 했다. 취재진이 '50홈런이 기대된다'고 하자, "만약 팀이 패한다면 인터뷰를 안 하면 안되겠냐"라고. 순위 싸움이 워낙 치열해 팀이 패한다면 50홈런의 기쁨도 덜하다는 뜻이었다. 지금은 팀이 최소한 3위 자리를 확보해 가을 야구를 하는 게 중요하다는 그다.

홈런을 친 뒤 빠르게 베이스를 도는 장면도 인상적이었다. 사실 박병호는 히팅 포인트가 워낙 뒤에 있어 홈런이 나올 경우 타석에서 타구를 오래 지켜보는 편이다. 투수를 자극하는 것이 아니라 상체가 뒤로 젖혀지는 특유의 타격폼에서 나오는 현상이다. 그러나 이날은 평소보다 앞에서 타구를 때리며 일찌감치 '다이아몬드'를 돌 시동을 걸었다. 맞는 순간 큰 것임을 직감하면서 여느 타자처럼 오래 타구를 관찰하지 않았다. 이에 NC 일부 관중은 승패와 상관없이 '매너남' 박병호에게 박수를 쳐주며 50홈런을 축하해줬다.

한편 박병호는 이번 홈런으로 KBO리그 최다 루타 신기록도 세웠다. 종전 기록은 1999년 이승엽의 356루타다. 박병호는 시즌이 끝나지 않았지만 358타를 기록했다.

창원=함태수 기자 hamts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