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um App

Experience a richer experience on our mobile app!

무서운 '더블헤더 후유증', 5위 전쟁의 새변수 될까

by

'더블헤더'의 무서운 후유증이 시즌 막판까지 끝나지 않고 있는 '5위 전쟁'의 새로운 변수다.

무려 1105일 만에 KBO리그에 더블헤더가 부활했다. 23일 부산 롯데-두산전이 우천 취소되며 24일에 더블헤더로 열리게 됐다. 지난 2012년 9월14일 광주 무등야구장에서 KIA 타이거즈와 롯데 자이언츠가 더블헤더를 치른 뒤 3년 만에 다시 열리는 더블헤더다.

두 팀이 한 장소에서 연거푸 두 번 경기를 펼치는 것. '더블헤더'는 팬들의 입장에서는 모처럼 오랫동안 야구를 즐길 수 있는 색다른 이벤트일 것이다. 그러나 선수들에게는 이보다 더한 고역이 없다. 단순히 두 번 경기를 하기 때문에 힘이 두 배로 든다는 차원이 아니다. 체력과 정신력의 소모도는 두 배 이상이다.

그로 인한 후유증이 실제로 크다. 승자든, 패자든 마찬가지로 더블헤더를 치른 뒤에는 갑작스러운 부진에 빠졌다. 가장 최근에 더블헤더를 치렀던 2012시즌의 KIA와 롯데가 대표적이다. 당시 9월14일에 치른 더블헤더에서는 일단 KIA가 1승1무로 웃었다. 김진우와 윤석민을 선발로 출격시켜 1차전은 10대1로 대승을 거뒀고, 2차전은 8대8로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그런데 이후 일주일 동안 KIA는 부진에 허덕였다. 일주일간 7경기를 치렀는데, 겨우 1승밖에 따내지 못했다. 나머지 6경기에서는 1무5패로 부진했다. 이 중에는 4연패도 포함돼 있다. 롯데의 상황은 더 심각했다. 유먼과 송승준을 모두 투입한 더블헤더에서 1무1패로 재미를 보지 못한 롯데는 이후 6연패에 빠지고 말았다. 더블헤더 이후 일주일의 성적은 1승6패밖에 안됐다. 이로 인해 당시 2위에 있던 롯데는 4위로 추락했고, 그 순위로 페넌트레이스를 마감하고 말았다.

2012년 이전의 더블헤더는 2010년 9월22일에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SK전이 있다. 그러나 이때는 더블헤더의 후유증을 평가할 수 없다. 더블헤더 이후 잔여경기가 4개 밖에 안남은 시점이었기 때문이다. 더블헤더에서 2연승을 거둔 SK는 이후 4경기에서 2승2패를 기록했고, 두산은 마지막 2경기를 1승1패로 마감했다. 워낙 이후 남은 경기가 적었다.

시계를 조금 더 뒤로 돌려보자. 2009년 6월21일에는 동시에 세 번의 더블헤더가 열렸다. 잠실에서 LG와 삼성, 인천에서 SK와 두산, 목동에서 넥센과 한화가 싸웠다. 이후 결과는 어땠을까. 인천에서 SK와 1승씩 주고받은 두산은 이후 일주일간 3승4패를 기록했다. SK는 괜찮았다. 5승1무1패였다.

그런데 삼성에 더블헤더 2연승을 거둔 LG는 후유증을 겪었다. 이후 4연패를 기록하는 등 일주일간 2승5패로 흔들렸다. 이탓에 4위까지 올렸던 순위는 7위로 급락했다. 오히려 2패로 혼쭐이 난 삼성이 정신을 차렸다. 이후 7경기에서 무려 6승1패로 펄펄 날았다.

또 다른 더블헤더의 주역 넥센은 더블헤더 2연승을 발판 삼아 다음 7경기에서 4승3패로 5할 이상을 달성했다. 하지만 한화는 심각했다. 더블헤더 2연패의 충격을 극복하지 못하고 이후 7경기에서 모두 졌다. 에이스 류현진이 이 기간에 두 차례나 선발 출격했지만, 연패를 끊어주지 못했다. 결국 한화는 무려 12연패까지 당하며 일찌감치 최하위를 굳히고 말았다.

결론적으로 더블헤더를 치른 팀은 경기력이 크게 저하된다는 걸 알 수 있다. 자연스레 두산과 롯데의 향후 행보에 관심이 집중된다. 현재 리그의 가장 뜨거운 관심사인 '5위 전쟁'에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기 때문. 23일까지 승차없이 5위에 오른 롯데가 만약 '더블헤더 후유증'에 빠지게 된다면 자리를 보전하지 못할 공산이 크다. 상대적으로 다른 경쟁자들(SK KIA 한화)에게도 희망이 생긴다.

두산도 현재 3위 탈환을 노리는 입장이다. 그런데 특히나 '5위 싸움'을 하고 있는 SK와는 1경기, KIA와는 무려 3경기를 남겨두고 있다. 두산이 후유증을 겪게된다면 이 또한 강력한 외부 변수로 바뀔 가능성이 커진다. 과연 더블헤더 후유증을 시즌 막판 리그를 어떻게 뒤흔들지 궁금해진다.

창원=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