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6년 인하대를 졸업하고 한화 이글스 유니폼을 입었을 때 '5년만 버텨보자'고 다짐했는데, 19년의 시간이 흘러갔다. 참 오랜 시간 한화의 중심타자, 현대 유니콘스와 넥센 히어로즈의 주축타자로 타석에 섰다.
1일 서울 목동야구장에서 열린 선수 은퇴식에 앞서 만난 송지만(42)은 "결혼식을 앞둔 것처럼 설레고 긴장이 된다"고 했다. 프로 생활을 시작한 한화전이라서 더 특별했다.
은퇴식은 많은 기억과 추억을 호출했다. 아마시절에 야구로 이끌었던 지도자를 비롯해 애송이 루키를 개막전에 선발로 내세웠던 강병철 전 한화 감독, 유승안 전 한화 감독, 김시진 전 히어로즈 감독 등이 송지만을 위해 자리를 함께 했다. 강병철 감독은 성실한 그에게 '송집사'라는 별명을 붙여주고 키워준 지도자다.
1996년 롯데 자이언츠와의 부산 개막전에 신인으로는 파격적으로 선발 출전. 그 때 그 장면이 눈에 선하다. 송지만은 "만원 관중 앞에서 어떻게 경기가 지나갔는 지 모르겠다. 많이 긴장을 했는데, 오늘도 그 기분이다"고 했다.
'코치 송지만'은 '선수 송지만'보다 더 활기가 넘치고 강해보였다. 근육질 몸매는 선수 때보다 더 단단해졌다. 그는 "사실 나보다 체력도 크고 뛰어난 선수가 많은 프로에서 성공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사실 의아하기도 했다. 이 자리까지 온 내가 대견하고 뿌듯하다"며 웃었다.
무엇보다 두 아들 승화(16)와 승민(14)이에게 희미해진 '야구인 아빠'의 모습을 상기시켜줄 수 있어 기분 좋다. 이날 큰 아들 승화가 시구, 둘째 승민이 시타, 송지만이 시포를 했다.
송지만은 "김동수 전준호 정민태 선배가 앞서 은퇴식을 가졌는데, 그 때는 팀 성적이 안 좋아 조금 쓸쓸했다. 히어로즈가 가을야구를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은퇴식을 하게 돼 기쁘고 뿌듯하다"고 했다. 잔뜻 찌푸린 하늘이 은퇴식이 시작될 때 잠시 활짝 갰다.
사실 1년쯤 늦어진 지각 은퇴식이다. 지난 은퇴를 공식 발표한 송지만은 화성 히어로즈 2군 코치로 일해 왔다. 올해 초 은퇴식 이야기가 나왔다가 가을로 늦춰졌다. 그런데 정작 본인은 은퇴식을 까맣게 잊고 있었단다. 선수 시절과 마찬가지로 코치직에 매달리다보니 다른 데 신경쓸 여유가 없었을 것이다.
한국 프로야구는 또 한 명의 레전드를 떠나보냈다. '히어로즈 25번' 송지만은 통산 1938경기에 출전해 타율 2할8푼2리, 1870안타, 311홈런, 1030타점의 기록을 남겼다.
목동=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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