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포스트시즌. 정작 선수는 '마지막'이라는 단어를 거부했다.
박병호(29넥센)는 6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와일드카드 결정전 미디어데이에 넥센 선수 대표로 참석했다. 염경엽 넥센 감독, 캡틴 이택근, 그리고 넥센이 선택한 구단 '얼굴'은 박병호였다.
미디어데이는 일종의 기싸움이다. 혈전에 앞서 입으로 기선 제압을 하는 자리다. 박병호는 "끝까지 최선을 다해 이기겠다. 절친 정의윤(SK)도 잘하고 나 역시 잘했으면 좋겠다. 그러나 경기는 우리가 이길 것"이라고 유쾌한 농담으로 각오를 밝혔다. "큰 경기에서는 방망이를 아끼는 게 낫다. 진루타가 필요하다면 상황에 맞는 스윙을 하겠다"고 '팀 퍼스트'도 외쳤다.
박병호는 가을 야구 데뷔전인 2년 전 두산과의 준플레이오프 5차전에서 0-3으로 뒤지던 9회말 2사 후 니퍼트를 상대로 결정적인 홈런을 폭발했다. 그의 활약 여부에 따라 경기 분위기가 움직인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이택근도 "정규시즌에서 박병호가 쳤을 때 팀이 많이 이겼다. 내일도 (박)병호가 한 방 쳐줬으면 한다. 그러면 팀 이길 것이다"고 말했다.
박병호가 잘 해야하는 이유는 또 있다. 이번이 한국 무대에서 치르는 마지막 포스트시즌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구단 동의 하에 해외 무대를 노크할 수 있는 박병호는 이변이 없는 한 메이저리그 진출이 유력하다. 구단이 파악하기론, 빅리그 30개 구단 중 절반 이상이 한 번씩은 목동 구장을 방문해 그의 경기 내용을 카메라에 담아갔다. 강정호의 소속팀 피츠버그는 물론 빅마켓 보스턴까지 적극적인 관심을 보였다.
그래서 이날 미디어데이에서는 이와 관련된 질문이 나왔다. '어쩌면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가을 야구에 임하는 각오가 궁금하다'는 것이었다. 박병호는 그러나 "그런 생각은 전혀 하지 않고 있다. 마지막이라는 표현은 어울리지 않다"며 "지난 2년 간 가을 야구를 경험했고 거기서 부족한 점을 많이 느꼈다. 이번에는 그런 부분에 대비해 경기에 나설 생각이다"고 밝혔다.
이어 "내가 좀 마인드 컨트롤을 잘해야 할 것 같다. 스스로 무너진 적이 많기 때문에 상황에 맞는 스윙을 해야 한다"며 "정규시즌 막판 타격감이 안 좋았던 건 사실이다. 어차피 전광판에 새겨진 기록들은 다 지워졌으니 새로운 마음으로, 자신감을 갖고 그라운드를 밟을 예정이다"고 말했다. 또 상대 선발 김광현에 대해 "잘 못 쳤다. 못한 것을 토대로 공략법을 찾으려 한다"며 "첫 경기를 잡아서 끝내고 싶은 마음뿐이다. 페넌트레이스에서 아쉬움이 있기 때문에 절실함을 갖고 내일 경기를 승리로 마무리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목소리에 힘을 줬다.
목동=함태수 기자 hamts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