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프레지던츠컵이 막을 내렸다.
나흘동안 열전을 펼친 끝에 미국팀이 우승컵을 차지했다. 6회 연속 우승의 미국팀은 역대 전적 9승1무1패의 절대 우세를 이어갔다.
11일 인천 송도의 잭 니클라우스 골프장에서 열린 마지막날 싱글 매치플레이 12경기는 마지막 경기가 끝날 때까지 승부를 알 수 없었다. 객관적인 전력에서 미국팀이 앞선다는 평가였지만 인터내셔널팀의 선전이 눈부셨다.
11경기가 끝났을 때 인터내셔널팀과 미국팀의 중간 승점은 14.5-14.5로 동점.
갤러리의 눈은 12번째 조로 나선 배상문(29)과 빌 하스(미국)의 대결에 집중됐다. 양 팀 단장이 이들을 싱글 매치 마지막조에 배치한 이유는 각각 달랐다. 인터내셔널팀의 닉 프라이스 단장은 팀의 '에이스' 떠오른 배상문을 믿었다. 배상문은 전날까지 포볼과 포섬 경기에서 2승1무를 기록하며 인터내셔널팀의 희망이 됐다. 반면 미국팀 제이 하스 단장은 아들인 빌 하스에게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마지막조에 투입했다. 미국팀이 마지막조까지 오지 않고 일찌감치 승부를 결정지을 것이라 예상했다.
하지만 승부는 마지막조 마지막홀에서 결정되고 말았다. 16번홀까지 1홀차로 뒤진 채 끌려가던 배상문은 17번홀(파3)에서 티샷을 그린 앞 벙커에 빠뜨려 그대로 주저앉는 듯했다. 그러나 그림 같은 벙커샷으로 두 번째 샷을 홀 바로 옆에 붙여 컨시드를 받아 18번홀(파5)로 승부를 끌고 갔다. 배상문의 환상적인 벙커샷에 인터내셔널팀 동료들은 물론 대회장에 몰린 수만명의 갤러리가 환호했다.
연장전이 없는 상황에서 만약 배상문이 18번홀에서 이겨 하스와의 대결을 무승부로 만들 경우 양팀은 이번 대회를 무승부로 끝내는 상황.
배상문은 티샷을 페어웨이로 잘 보냈지만 240야드를 남기고 친 두 번째 샷은 그린에 미치지 못했고, 그린 앞 급경사를 타고 다시 미끄러져 내려왔다. 상대팀 하스의 두 번째 샷도 그린 옆 벙커에 빠져 배상문이 이 홀을 따낼 가능성은 남아 있었다.
그러나 배상문은 세 번째 샷에서 결정적인 실수를 저질렀다. 홀에 바짝 붙이기 위해 여러 차례 연습 스윙을 한 뒤 신중하게 굴리는 칩샷을 시도했다. 과중한 압박감 때문인지 배상문은 뒤땅을 치고 말았다. 얼마 가지 못한 볼은 다시 급경사를 타고 내려왔고, 배상문은 머리를 감싸 쥐며 주저앉고 말았다. 하스는 벙커에서 친 세 번째 샷으로 볼을 그린 위에 올리면서 배상문의 패배는 결정됐다.
군 입대를 앞두고 마지막 대회로 출전한 배상문은 "아쉽지만 좋은 기억으로 남는 대회였다"고 소감을 밝혔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통산 2승을 기록중인 배상문은 단장 추천으로 이번 대회 한국 선수로는 유일하게 출전했다. 배상문은 "오늘 바람이 강해 어렵게 경기를 해야 했다"며 "좋은 결과를 내지 못해 아쉽지만 좋은 기억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번 주 여러가지로 즐거운 기간이 됐다"며 "16번 홀에서 나의 경기 결과가 전체 승부를 좌우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 긴장이 됐던 것이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배상문은 "긴장한 탓인지 칩샷 실수도 나왔던 것 같다"며 "그래도 골프는 앞으로 계속할 것이기 때문에 괜찮다"고 스스로 위안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한국 팬들이 많이 대회장을 찾아주셨다"며 "팬 여러분께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덧붙였다.
인터내셔널팀의 수석 부단장인 최경주는 "대한민국에서 이런 세계적인 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를 수 있었다는 점에서 국민의 한 사람으로 너무 뿌듯하고 감동적"이라며 "출전 선수는 물론 모든 관계자들이 시설적인 측면, 갤러리가 보여준 수준 높은 관전 문화 등에 대해 엄지 손가락을 들어보였다"고 말했다.
프레지던츠컵은 2년마다 한번씩 열리는 국가 대항전이다. 미국팀과 유럽을 제외한 세계연합팀(인터내셔널팀)이 각각 12명의 선수를 내세워 맞붙는 방식이다. 11회째를 맞는 이번 대회는 비 영어권 국가로선 처음으로 한국에서 열렸다. 2017 프레지던츠컵은 미국 뉴저지주, 2019 프레지던츠컵은 호주 맬버른에서 열릴 예정이다.
신창범 기자 tigger@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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