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답은 나와 있다?
넥센은 이번 포스트시즌이 끝나면 대대적인 변화가 예상되는 팀이다. 당장 목동을 떠나 고척돔을 홈으로 쓴다. 좁은 관중석, 기대 이하의 전광판 등 문제가 한 두가지 아니지만, 일단은 고척으로 들어가야 한다. 선수 구성도 올해와는 큰 차이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 4번 박병호의 메이저리그 진출이 유력하다. 올 시즌 '초짜' 내야수 강정호(피츠버그)의 성공 사례는 더블A 수준이라는 한국야구의 '신용 등급'을 올렸다. 빅리그 스카우트는 벌써부터 박병호를 영입하기 위한 치열한 눈치 작전을 벌이고 있다. 또 하나, 손승락, 유한준, 이택근 등이 대거 FA(프리에이전트) 자격을 얻는다. 타팀에서도 군침을 흘리는 자원들이다. 넥센 입장에서는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3명 모두 잔류한다는 보장이 없다.
그래서 중요한 것인 외국인 선수다. 외인들이 테임즈나 해커(이상 NC)같이 엄청난 활약을 보인다면, 주축 선수들의 공백은 상쇄하고도 남는다. 문제는 그런 선수들을 찾기가 힘들다는 것, 또한 올 시즌 리그 평균 수준의 활약을 보인 선수가 내년에는 갑자기 월등한 성적을 거둘 수도 있다는 점이다. 올해 19승을 올린 해커도 작년에는 8승(8패)이 전부였다.
여기서 넥센의 고민도 시작된다. 20승 투수 밴헤케을 제외한 나머지 두 명의 선수를 놓고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 쉽게 결론이 나지 않기 때문이다. 피어밴드는 한국 무대 첫 해를 맞아 30경기에서 13승11패 4.67의 평규자책점을 찍었다. 구위가 아주 빼어나다곤 볼 수 없지만, 체인지업이 좋고 너클볼도 던질 줄 안다. 1루 견제 능력은 최고 수준. 염경엽 넥센 감독은 "그 능력 때문에 평균자책점을 1은 내렸다"고 말했다.
LG에서 넥센으로 유니폼을 갈아 입은 스나이더는 113경기에서 타율 2할8푼1리 26홈런 71타점을 올렸다. 시즌 초만 해도 연거푸 헛방망이질만 해 퇴출이 유력해 보였지만 코칭스태프가 끝까지 믿고 기다려준 덕분에 확실히 나아졌다. 하지만 변화구 대처 능력이 아쉽다. 장점과 단점이 명확하게 구분되는 타자다. 피어밴드나, 스나이더나 '바꾸자니 아쉽고, 내년에도 계속 가자니 불안'한 셈이다.
그런 와중에 이번 가을야구에서 이 둘의 모습이 재계약 여부에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피어밴드는 준플레이오프 2차전에 선발로 등판했지만 1회부터 제구 난조에 시달리며 부진했다. 4이닝 4피안타 4볼넷 2실점. 101개의 공을 던지면서 5회도 채우지 못한 게 팀에 상당한 데미지가 됐다. 삼진을 7개 잡으며 실점을 최소화 한 것처럼 보여도 그리 위력적이지는 않았다. 트히 전날 이미 필승계투조가 많은 공을 던진 점을 감안하면 피어밴드가 더 길게 던져줘야만 했다. 그가 일찍 내려가면서 모든 구상이 꼬였다.
스나이더의 경우, SK와의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결정적인 동점타로 강인한 인상을 심어줬다. SK 마무리 정우람의 공을 제대로 때렸다. 그러나 준플레이오프 들어서는 다시 한 번 '모 아니면 도' 스윙을 남발했다. 1차전 선바로 출전했다가 2차전 벤치에 앉아있던 이유다. 넥센 한 관계자는 시즌 중반 "스나이더가 타율 2할8푼에 20홈런 80타점 정도만 해주면 내년에도 함께 갈 공산이 크지 않겠냐"는 말을 한 적이 있다. 그 정도면 한국프로야구에 완벽히 적응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판단이었다. 한데 이번에 보여준 스윙은 역시나 기복이 너무 심하다. 물론 이는 피어밴드에게도 해당되는 말이다.
과연 넥센은 험난한 가을 야구가 끝난 뒤 어떤 선택을 할까. 최악의 경우 박병호를 포함해 주축 선수 2~3명이 이탈할 수 있는 상황에서 지금의 외국인 선수들로 성적을 낼 수 있을까.
함태수 기자 hamts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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