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수에게 가장 중요한 미덕은 제구력이다. 150㎞의 제구가 안되는 공을 던지는 투수보다 130㎞를 던지더라도 핀포인트 제구력을 지닌 투수가 더 낫다. 프로야구 현장의 감독과 코치라면 누구나 인정하는 바다.
그런데 이런 제구력은 포수 미트가 아닌 곳에 던질 때에도 유지돼야 한다. 주자를 묶어두기 위해 투수들이 견제구를 던질 때도 최대한 수비수가 잡기 쉽도록 정확히 던져줘야만 한다. 만약 이게 틀어지면 치명적인 실책이 돼 패배를 부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두산 베어스 이현호의 결정적인 1루 견제 실책이 그 본보기다.
이현호는 두산 김태형 감독의 히든 카드였다. 14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넥센 히어로즈와의 준플레이오프 4차전에 깜짝 선발로 등판했다. 1회를 삼자범퇴로 막으며 숨겨둔 가치를 내보이는 듯 했다. 마침 두산 타선도 2회초 먼저 2점을 뽑아 이현호의 어깨를 가볍게 해줬다.
그러나 2회말이 되자 제구력이 흔들렸다. 스트라이크존 코너를 공략한 공을 김풍기 구심이 안잡아주며 스스로 흔들렸다. 결국 박병호와 유한준에게 연속 볼넷을 허용하며 무사 1, 2루에 몰렸다. 이후 김민성이 3루 땅볼을 쳐 1사 1, 3루가 됐고, 스나이더의 2루수 땅볼 때 3루주자 박병호가 홈을 밟았다. 계속해서 8번 김하성은 좌전안타를 쳤다.
비록 이현호가 볼넷 2개와 내야땅볼 2개, 안타 1개로 1점을 내줬지만, 여전히 두산은 2-1로 앞서고 있었다. 주자가 1, 3루에 있었지만, 2사 후다. 뜬공이든 내야 땅볼이든 삼진이든, 아웃 카운트 하나만 잡으면 리드를 지킬 수 있다.
이런 상황이면 최대한 타자와의 승부에만 집중해 아웃만 잡으면 된다. 하지만 여기서 이현호는 경험 미숙을 드러냈다. 포스트시즌 선발에 대한 부담감 때문인지 1루 주자 김하성을 지나치게 의식하고 말았다. 주자를 묶어둘 필요는 있었지만, 그런 목적이라면 가벼운 견제구만으로도 충분했다.
그러나 이현호는 지나친 긴장감때문에 견제구의 콘트롤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타자에게 초구를 던지기도 전에 불안정한 폼으로 던진 견제구는 1루수 로메로의 글러브를 크게 벗어나 외야쪽 파울존까지 굴러갔다. 그 사이 3루 주자 스나이더는 여유있게 홈을 밟아 기어코 동점을 만들었다. 초반 주도권을 넥센에 넘겨준 치명적인 실책이었다.
목동=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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