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실히 야구는 참 묘하다. 절체절명의 순간, 데자뷰 현상이 발생한다. 예를 들어 대부분 야구인들은 "꼭 수비수가 바뀌면 그 방향으로 타구가 날아간다"고 한다. '비과학적'이지만, 실전에서는 '과학' 이상의 확률을 가지고 있다.
두산의 9회 역전 드라마를 쓴 준플레이오프 4차전.
묘한 시점의 묘한 상황이 연출됐다.
3차전의 한 장면. 1회 김현수의 포구 상황에서 합의 판정을 신청했다. 포구를 했지만, 펜스에 충돌하면서 공을 빠뜨렸다. 하지만 연속동작으로 인정되지 않으면서 결국 합의판정은 실패했다.
9회 1사 1루 상황에서 오재일이 사구를 맞았다. 발등을 스쳤다. 하지만 주심은 "맞지 않았다"고 판정했다. 결국 삼진을 당했다. 느린 화면에서는 발등이 맞는 모습이 포착됐다. 하지만 두산은 항의할 수 없었다. 합의판정 기회를 1회에 써 버렸기 때문이다. 매우 아쉬웠던 순간이었다.
당시 오해의 순간도 있었다. 김현수는 벤치를 향해 손을 휘휘 저었고, 3루수 허경민은 X자 표시를 했다. 마치 합의판정을 요청하지 말라는 제스처 같았다. 1회 합의판정이 마치 벤치의 독단과 같은 해석이 가능케했다.
하지만 김현수는 부상이 염려된 트레이너가 들어오려 하자 막는 제스처였고, 허경민은 심판진에게 '아웃이 아니다'라는 표시를 한 것이다.
14일 4차전이 열리기 전 두산 김태형 감독은 "경기 초반 합의 판정 상황이 나오면 갈등이 된다. 선수가 적극적 제스처를 취하면 요청하지 않을 수 없다"며 "이때는 꼭 화장실 생각이 난다"고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하지만 이때부터 '실전의 과학'이 나오기 시작했다. 4차전 넥센 선발 양 훈의 공은 위력이 약간 떨어져 있었다. 2회 두산은 로메로와 김재호의 적시타로 먼저 2점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2사 1루.
김재호는 적극적인 주루 플레이를 펼치고 있었다. 2사 1루였기 때문에 호시탐탐 도루 기회를 노리고 있었다. 타석에는 정수빈. 양 훈이 2구째, 김재호는 다소 과도한 스킵 동작을 했다. 그러자 넥센 포수 박동원은 전광석화같은 동작으로 1루에 견제구를 뿌렸다. 김재호가 귀루를 시도했지만, 타이밍상 아웃이었다. 박동원의 송구가 워낙 좋았고, 1루수 박병호 역시 재빠른 포구와 태그동작을 매끄럽게 연결했다.
박종철 1루심은 아웃을 선언했다.
이 부분은 매우 중요했다. 상승세를 타던 두산의 흐름이 미묘하게 넥센 쪽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있었다. 이때, 김재호는 벤치에 급하게 합의 판정 요청 사인을 냈다. 김재호 뿐만 아니라 강동우 1루 주루 코치도 똑같은 제스처를 취했다.
하지만, 벤치의 김태형 감독은 잠시 망설였다. 당연히, 전날 1회 합의 판정 실패의 아픔이 기억나지 않을 리 없었다. 하지만, 결국 선수와 주루 코치의 사인을 무시할 수 없었다.
너무나 묘했던 상황. 게다가 흐름 상 이 장면은 매우 중요했다. 만약, 합의판정이 실패했다면, 분위기 자체는 완전히 넥센 쪽으로 넘겨줄 수밖에 없다. 게다가 승부처인 경기 막판 중요한 판정에 대한 합의 판정도 잃어버린다.
하지만, 김재호는 믿는 구석이 있었다. 그는 귀루 도중 엄청난 센스를 발휘했다. 통상적으로 1루 귀루 시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을 하면 오른손이 1루 베이스에 먼저 들어간다. 하지만, 김재호는 상대 태그의 방향을 예상하면서, 기술적으로 오른손이 아닌 왼손으로 반원을 그리며 1루 베이스를 터치했다. 1루수 박병호는 김재호의 오른손 위치에 태그했지만, 거기에는 손이 아닌 흙만이 있었다. 결국 김재호의 왼손이 1루 베이스 터치한 순간이, 박병호의 글러브가 김재호의 몸에 닿는 순간보다 빨랐다. 결국 합의 판정 결과 세이프.
이후 넥센의 9-2 리드와 두산의 극적인 재역전으로 이 장면은 기억에서 많이 사라졌다. 하지만 당시 상황만 놓고 보면 매우 중요한 김재호의 주루 플레이였다.
두산은 합의판정의 징크스에서 벗어날 수 있었고, 분위기를 내주지 않았다. 흔들리는 넥센 선발 양 훈에게 심리적인 편안함을 주지 않았다. 확실히 야구의 '데자뷰 현상'은 오묘하다. 플레이오프에서는 어떤 장면들이 연출될까. 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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