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살타 3개면 못 이긴다.' 축구에서 '골대 맞히면 진다'는 얘기만큼이나 일반화된 야구 명언.
그렇지 않은 팀도 있다. 병살타 1위 불명예에도 보란듯이 가을야구를 하고, 포스트시즌 시리즈에선 하룻밤 병살타 3개를 때리고도 경기를 뒤집었다. 병살타 왕국 두산. 이번엔 진짜 시험대에 서게 됐다. 상대는 최소 실책에 빛나는 NC다.
두산 김현수는 플레이오프 미디어데이에서 "병살타를 안 치려면 어떻게 해야하는지 연구하고 있다"며 자폭방지를 선언했다. 올시즌 두산은 병살타라면 치를 떤다. 한시즌 동안 139개의 병살타를 때려 10개구단 최다다. NC는 병살타 105개로 공동 8위(최소에서 두번째). 지난 9월 12일 kt전에선 5개의 병살타와 1개의 삼중살을 6이닝 연속으로 엮어내는 황당한 경기도 했다.
두산의 '병살타 신공'은 가을야구 들어서도 녹슬지 않았다. 지난 10일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는 민병헌과 김재호가 각각 병살타를 때렸지만 4대3으로 이겼다. 14일 준플레이오프 4차전에서는 민병헌 로메로 정수빈이 병살타 3개를 만들고도 9회에만 6득점하며 11대9 대역전승을 만들어냈다. 두산은 준플레이프 4경기에서 6개의 병살타를 때렸다. 넥센은 제로였다.
두산 팀내 병살타왕은 김재호(18개)로 전체 5위다. 민병헌이 15개로 팀내 2위(전체 공동 11위). 리그 병살타 1위는 SK 이재원으로 22개. 병살타는 동료를 죽이고 자신도 죽는 가장 실망스런 공격형태다. 타자들은 병살을 피하려 1루와 2루 사이를 노려 때리거나(수비수의 역동작으로 병살 가능성을 줄인다) 죽을 힘을 다해 1루로 전력질주한다.
일본프로야구 한신의 신임감독으로 내정된 한국계 가네모토 도모아키(한국명 김지헌·47)는 철인으로 유명하다. 1999년부터 2010년까지 1492 경기에 무교체로 연속 출장을 해 이 부문 세계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또 하나의 자랑스런 기록은 무(無) 병살타 연속기록. 2000∼2001년 1002타석 연속 병살타를 때리지 않았다. 이 역시 일본 최고 기록. 병살타를 때리지 않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박수받는다.
병살타는 3가지가 필수다. 선행 타자 출루, 후속 타자의 야수 정면 내야땅볼, 상대 수비의 깔끔한 플레이. 여기에 타자주자의 발이 느리면 완성 가능성이 커진다. NC는 올시즌 69개의 실책으로 10개구단 최소 실책을 기록했다. 두산도 81개로 전체 3위를 기록, 나쁘지 않은 수준이지만 NC의 내야수비는 상당히 안정돼 있다. 유격수 손시헌을 중심으로 연계 플레이도 능하다. 두산으로선 긴장되는 대목.
일단 병살타가 나오면 벤치에선 한숨이 쏟아지게 돼 있다. 맥이 탁 풀리는 순간 팀분위기도 가라앉는다. 준플레이오프처럼 병살타를 때리고도 이긴다면 문제없지만 행운이 매번 반복될 리 있는가. 선수들 스스로 문제라고 인식할 정도면 분명한 개선점이다. 확실한 자기스윙, 치밀한 팀배팅이 병살타 가능성을 줄일 수 있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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