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석훈의 간절한 요청을 외면한 김경문 감독의 결정이 옳았다.
합의판정 제도는 치명적인 오심을 바로잡을 수 있는 기회다. 잘 사용한 합의판정은 경기 승패 결과를 아예 바꿔놓을 수도 있다. 벤치에 있는 감독이 신청하기도 하지만, 많은 경우 선수가 직접 벤치를 향해 신청해달라는 제스추어를 취한다. 아무래도 직접 플레이를 한 선수가 더 확실히 상황의 본질을 아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합의판정은 횟수 제한이 있다. 무분별한 합의판정 요청으로 경기 흐름에 방해가 되는 걸 막기 위해 기본적으로 1회를 허용한다. 만약 여기서 성공하면 이후 한 차례 더 요청할 수 있는데, 실패하면 그걸로 끝이다. 그래서 신청하는 타이밍을 잡는 게 대단히 중요한 감독의 결정사항이 됐다. 선수가 아무리 강력하게 요청을 해도 대세를 위해 모른척 하기도 한다.
19일 창원 마산구장에서도 그런 장면이 나왔다. NC 다이노스 김경문 감독은 경기 초반 선수가 요청하는 합의판정 신청 제스추어를 묵살했다. 0-0이던 2회말 1사 1루에서 지석훈이 1루수-유격수-투수로 이어지는 병살타를 친 뒤 베이스 부근에서 펄펄 뛰었다. 송구보다 자신의 발이 먼저 1루 베이스를 밟았다며 NC 벤치를 보며 합의판정을 해달라는 손동작을 했다.
지석훈으로서는 당연히 할 수 있는 행동이다. 실제 중계화면 영상으로도 거의 비슷한 타이밍같았다. 하지만 김 감독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 그대로 이닝이 종료됐다.
김 감독은 왜 지석훈의 요청을 묵살했을까. 세 가지 정도의 이유를 생각해볼 수 있다. 일단 너무 경기 초반의 장면이었기 때문이다. 만약 실패하면 이후 경기 후반 중요한 상황에서 기회를 쓸 수 없다는 점을 우려했다. 게다가 만약 세이프로 판정이 번복된다고 해도 2사 1루에 9번타자 타순이다. 득점 확률이 그리 높지 않다. 선택적으로 더 중요한 상황에서 신청하는 게 맞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 플레이를 지켜본 전준호 1루 주루코치의 반응이 시큰둥했기 때문이다. 만약 확실한 오심이었다면 전 코치까지 나섰을 것이다. 그러나 전 코치는 크게 동요하지 않았다. 김 감독도 이를 보고 심판의 원판정을 그대로 인정한 듯 하다.
그런데 이때 참았던 합의판정은 결과적으로 이후 유용하게 사용됐다. NC가 2-1로 전세를 뒤집은 8회말 1사 1루. 김성욱이 2루 도루를 시도했다가 아웃판정을 받았다. 즉각 합의판정을 요청했고, 그 결과 세이프로 판정이 번복됐다. 쐐기점을 낼 기회를 얻게 된 것이다. 비록 후속타가 터지지 않아 더 점수를 내진 못했지만, 경기 막판 1점차 상황을 감안하면 이때 합의판정을 활용한 것은 김 감독의 선견지명이었다.
창원=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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