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바로 효과도 차단하라.'
정규시즌 강력한 MVP 후보 에릭 테임즈(NC)는 포스트시즌에서도 강력했다. 두산과의 플레이오프 5차전까지 모두 4번 타자로 출전해 16타수 6안타 타율 3할7푼5리를 기록했다. 하지만 타율 3할8푼1리에 47홈런 140타점을 쓸어담은 정규시즌 성적과 분명한 차이가 있었다. 바로 타점. NC는 이번 시리즈에서 총 20타점을 올렸는데 그 중 '괴물' 테임즈가 단 1타점을 기록했다.
이는 두산이 원하던 결과다. 애초 테임즈 봉쇄는 불가능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줄 안타는 주되, 홈런과 타점은 최소화 하자'는 전략을 짜고 나왔다. 3차전에서 선발 마스크를 쓴 포수 최재훈도 "올 시즌 테임즈는 어느 곳으로 던져도 막을 수 있는 타자가 아니다. 테임즈 앞에 주자를 쌓지 않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주자가 없으면 테임즈가 홈런 스윙을 하더라. 그렇게 되면 우리가 유리해 진다"고 말했다.
테임즈는 기본적으로 욕심이 많은 선수가 아니다. 거포치고는 삼진(91개)이 그리 많지 않고 볼넷(103개) 개수에서 보듯 참을 줄 안다.올해 나성범-테임즈-이호준으로 이어지는 '나이테' 트리오가 모두 100타점 고지에 오를 수 있던 이유는 테임즈가 무리하지 않는 스윙으로 후속 타자에 찬스를 이어줬기 때문이다. 나성범 이호준은 상대 투수가 잔뜩 긴장한 상황에서 타석에 서는 이점이 있었다.
그러나 테임즈는 포스트시즌에서 스스로 해결하고 싶은 표정이 역력했다. 최재훈의 말대로, 좀처럼 득점권 찬스가 만들어지지 않자 자신도 모르게 스윙이 커지고 속지 않았던 공에도 속았다. 5차전이 대표적이다. 그는 1회 2사 1루에서 좌전 안타를 기록했지만 나머지 타석은 1루 땅볼, 2루 땅볼, 삼진으로 물러났다. 특히 7회 이현승이 던진 바깥쪽 낮은 슬라이더에 헛방망이질을 하면서 '테임즈도 사람이구나'라는 얘기가 현장에서 나왔다.
이제는 나바로다. 나바로는 테임즈보다 정확성이 떨어지지만 파괴력은 못지 않다. 그는 올 정규시즌에서 140경기 타율 2할8푼7리(153안타)에 48홈런 137타점을 쓸어 담았다. 특히 두산 상대로 가장 많은 7홈런을 터뜨렸고 타점 역시 23개로 가장 많다. 윤명준(0.667) 진야곱(0.500) 이현승(0.333) 노경은(0.333) 등 상대 필승 계투조를 제대로 공략한 결과다.
그는 큰 경기에서도 강하다. 지난해 넥센과의 한국시리즈에서 타율 3할3푼3리에 4홈런 10타점을 쓸어 담으며 통합 4연패의 주인공이 됐다. 넥센은 최형우, 이승엽, 박석민 등 토종 거포들을 잔뜩 경계하다가 나바로에 제대로 당했다.
결국 테임즈에게 맞을 안타는 맞으면서도 1타점만 허용한 두산 입장에서는 한국시리즈에서도 나바로를 묶어야 한다. 그가 두산만 만나면 결정적인 홈런을 자주 터뜨렸다는 점에서 홈런, 타점은 그 개수를 절대적으로 떨어뜨려야 한다. 그래야 두산은 2년 만의 리턴매치에서 웃을 수 있다.
함태수 기자 hamts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