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가 뒤숭숭한 최근이다.
삼성에서 시작된 '도박 스캔들'의 루머는 꼬리에 꼬리를 문다. SNS의 논란까지 겹치면서 프로야구 선수들의 도덕성에 치명타를 입히는 해프닝도 많이 나온다.
하지만 그래도 묵묵히 자신의 역할을 다하는 프로야구 선수들이 있어서 다행이다.
두산 김재호는 대표적인 선수다. 지난해 세월호 참사를 접하고 1000만원을 기부했다. 어떤 목적도 없었던 순수 기부였다. 그리고 여기에 대해 취재진을 만나도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기자가 당시 거기에 대해 묻자 "당연히 해야 할 일 같아서요"라고 짧게 대답한 뒤 그라운드로 향했던 기억이 있다.
그는 올 시즌 도중 6가지의 목표를 얘기한 적이 있다. 자신의 '현역 시절 위시 리스트'로 밝힌 것이다. 평소 자신에 대해 별다른 말이 없던 그였기 때문에 더욱 신선했다.
올스타전 출전 골든글러브 획득 팀 우승 3할 타율 국가대표 일본진출 이다.
그는 스스로 이 목표를 정하고 자신을 채찍질한다.
2004년 두산에 입단한 그는 6가지 목표를 9년동안 하나도 이루지 못했다. 2013년 3할1푼5리를 기록했지만, 스스로 손사래를 친다. 91경기에 출전, 248타석밖에 들어서지 않았기 때문에 3할 타율이라고 말할 수 없는 기록이라고 했다.
올해 그는 최고의 해를 보내고 있다.
9년 동안 단 하나도 이루지 못한 위시리스트를 무려 4가지나 올 한 해에 이뤄냈다. 그는 133경기에 출전, 410타석에 들어섰다. 3할7리 50타점, 63득점을 기록했다. 떳떳한 3할 타율이다. '최강의 9번 타자'라는 평가를 받았다. 결국 올스타전에도 나갔다.
한국시리즈에서도 탄탄한 수비력과 뛰어난 타격 결정력으로 두산의 우승을 이끌었다. 팀이 한국시리즈 우승을 했다.
국가대표에 뽑혔다. 아시안게임과 달리 병역혜택도 없다. 하지만 김재호는 "이런 기회는 평생 없을 수 있다. 영광이다"라며 기쁜 마음으로 대표팀에 합류했다.
이제 그의 위시리스트는 얼마 남지 않았다. 단 2가지만 남았다. 골든글러브 획득과 일본 진출이다.
사실 그는 "그냥 높게 정해놓은 목표다. 이뤄지지 않아도 좋다. 단지 목표가 있고 그걸 위해 땀을 흘리고 도전하는 게 좋다"고 했다.
골든글러브 역시 눈 앞에 있다. 김하성(넥센)과 김상수(삼성)가 경쟁상대지만, 상대적으로 우위를 점하고 있는 김재호다.
그는 내년 '예비 FA'가 된다. 사실 일본 진출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하지만 그는 목표가 있는 그 자체가 기쁘다. 그래서 김재호다. 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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