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시드니올림픽때 정대현(37·롯데)은 경희대 4학년으로 대표팀에 뽑혔다. 당시 정대현은 미국전에서만 두 차례 나와 13⅓이닝 동안 평균자책점 1.35로 활약했다. 이번 프리미어12에서 정대현은 시드니 멤버 중 유일하게 대표팀 유니폼을 또 입었다. 최고참, 세월은 흘렀고 어느덧 불혹이 저 앞이다. 하지만 팀내 존재감은 예나 지금이나 그대로다. 아프지만 않으면 정대현은 정대현이다.
정대현은 지난 5일 쿠바와의 평가전에서 8회말 등판, 1이닝 무실점을 기록했다. 11일 도미니카공화국과의 조별예선에서도 정대현은 8회 출격해 1이닝 동안 1탈삼진 무안타 무실점으로 승리를 굳혔다. 9회 마무리 이현승에게 마운드를 넘겼다.
정대현은 최근 무릎부상으로 긴 시간 재활을 했다. 올시즌 막판 팀에 합류해 부활가능성을 알렸다. 태극마크를 떠올리면 세월을 절감한다. 정대현은 "시드니올림픽이 벌써 15년전이다. 대표 생활을 오래했다. 하지만 태극마크는 내가 선택하는 것이 아니다. 불러주시면 언제든지 최선을 다해 던질 뿐"이라고 했다. 대표팀 은퇴라는 표현은 사실 맞지않다. 능력이 된다면 선수로서 당연히 합류해야하는 곳이 대표팀이고, 실력이 안된다면 아무나 올수 없는 곳 또한 대표팀이다.
정대현과 함께 시드니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었던 선수 중 현역에서 뛰고 있는 이는 이승엽 임창용(이상 삼성) 이병규(LG) 손민한(NC) 장성호(kt) 등이다. 모두 팀내 최고참들. 여러가지 이유로 정대현만 이번 대표팀에 합류했다.
정대현은 주로 미국이나 중남미 국가들을 상대할 때 기용될 전망이다. 잠수함 투수중 제구력이 가장 좋고, 구종도 다양하다. 풍부한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위기대처 능력 또한 뛰어나다. 하지만 현재 구위만 놓고보면 불펜중 가장 믿을만하다. 상대에 상관없이 셋업맨이나 마무리로 기용될 가능성도 크다.
국가대표팀 경기의 변수는 사실 외부보다는 내부에서 기인하는 경우가 많다. 같이 운동한 선수들은 거의 친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러팀에서 온 연합군이라 갈등이 불거질 수 있다. 베테랑의 역할은 이를 자연스럽게 조율하는데 있다. 또한 위기가 닥쳤을 때 동료들을 독려하고 힘을 북돋워주는 것 또한 큰 형의 몫이다.
15년전 유일한 아마추어에서 이제는 최고참으로. 많은 것이 바뀌었지만 바닥에 깔리듯 들어오다 상대를 움찔하게 만드는 그의 볼끝은 세월을 견뎌내고 있다.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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