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답답했는데 숨통이 트인 것 같다."
김 진 창원 LG 세이커스 감독은 11일 서울 삼성 썬더스전이 끝난 뒤 오랜만에 살짝 미소를 보였다. 5연패중이던 창원 LG는 창원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5~2016시즌 KCC 프로농구 서울 삼성전에서 101대63 대승을 거뒀다. 경기 초반부터 거세게 몰아붙여 시원하게 이겼다.
요즘 창원 LG 코칭스태프, 프런트의 입에 가장 자주 오르내리는 선수가 루키 가드 정성우와 한상혁이다. 지난달 말 신인 드래프트를 통해 뽑은 두 선수가 합류한 뒤 공격에 활기가 돌고 있다.
김 진 감독은 서울 삼성전 승리의 주역으로 정성우와 한상혁을 꼽았다. 둘이 빠른 공수전환을 이끌어주면서 공격이 활발하게 전개됐다. 한상혁이 7득점-1리바운드-6어시스트, 정성우이 7득점-1리바운드-7어시스트. 프로 입단 4경기 만에 첫승을 일궈냈다.
가드가 급했던 상황에서 기대 이상의 활약이다. 무엇보다 앞선이 안정을 찾은 게 고무적이다.
지난 두 시즌 연속으로 플레이오프에 진출한 창원 LG는 이번 시즌 거짓말처럼 바닥으로 가라앉았다. 주전 포인트 가드 김시래의 입대로 가드진 약세는 예상했지만, 유병훈의 출전이 묶이고 단신 외국인 선수가 역할을 못 해주면서 최악으로 치달았다. 전문 포인트 가드 부재는 재앙이나 다름없었다.
스타일은 조금 다르다. 한상혁은 패스 감각이 좋고, 정성우는 '돌격대장'처럼 저돌적인 면모가 있다.
김 진 감독은 두 신인 가드 덕분에 빠른 공수전환, 속공이 가능해졌다고 했다. 경험이 쌓이면서 둘의 역할이 커졌다. 정성우는 최근 2경기에서 40분 가까이 출전해 15득점-11어시스트-4스틸로 팀에 기여했다. 한상혁은 데뷔전부터 4경기에서 평균 21분54초를 뛰며 7득점-3.3어시스트를 마크했다. 이번 시즌 신인 선수 중 최고의 활약이다.
두 선수가 자리를 잡자 양우섭이 살아났다.
슈팅 가드인 양우섭은 시즌 초반 포인트 가드로 출전해 악전고투를 했다. 본인의 표현대로 '몸에 맞지 않은 옷'은 버거웠다. 한상혁 정성우의 가세한 후 가장 잘 할 수 있는 포지션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 양우섭은 서울 삼성전에 28분간 출전해 20득점-5어시스트의 맹할약을 펼쳤다. 3점슛 4개를 던졌는데 3개가 들어갔다.
'젊은피'를 수혈한 창원 LG가 또 어떤 모습을 보여줄 지 기대된다.
창원=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