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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호만 터지면, 역대 최강 중심타선 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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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호만 남았다.

김인식 감독이 이끄는 한국 대표팀은 프리미어12 대회 전부터 역대 최강의 중심 타선으로 기대를 모았다. 3번 김현수-4번 이대호-5번 박병호가 주는 무게감이 남다르다는 이유에서다. 우선 김현수. 두산 베어스가 14년 만에 한국시리즈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는 데 앞장 섰다. 141경기에 출전했고 타율 3할2푼6리 28홈런 121타점으로 개인 한 시즌 최다 홈런, 타점 기록을 모조리 갈아 치웠다. 소프트뱅크의 '빅보이' 이대호. 재팬시리즈 MVP다. 다른 설명이 굳이 필요하지 않다. 넥센 히어로즈의 박병호. KBO리그 역사상 최초로 2년 연속 50홈런 고지에 올랐고 4년 연속 홈런왕 타이틀을 석권했다. 최근에는 미네소타가 그와 연봉 협상을 하기 위해 1285만 달러(약147억원)를 포스팅 비용으로 적어냈다.

하지만 3명의 한국 프로야구 '얼굴'들이 나란히 폭발하지는 않는다. 일본 전에서는 '괴물' 오타니 쇼헤이를 상대로 김현수, 박병호가 나란히 1안타를 때렸다. 11일 도미니카공화국과의 경기에서는 이대호, 김현수 둘이 폭발했다. 기대를 모은 박병호는 1회 첫 타석에서 때린 큼지막한 파울 홈런이 전부였다. 5타수 무안타에 삼진 3개. 컨디션이 가장 좋은 듯 했으나, 정작 장타는 없었다.

박병호도 할 말은 있다. 이날 주심은 스트라이크 존이 턱없이 넓었다. 1루심은 체크 스윙 때마다 방망이가 돌았다는 가혹한 판정을 했다. 이쯤 되면 어느 선수라도 타격에 집중할 수 없다. 불리한 환경이라고 판단할 테다. 이는 그 선수의 기량을 논하기 이전, 원초적인 본능과 관련된 문제다. 시쳇말로 짜증부터 나 괜히 흥분하게 되는 셈이다. 가뜩이나 박병호는 상당히 예민한 선수다. 그를 잘 아는 지인이라면, 1회 삼진을 당한 뒤 '오늘 쉽지 않겠구나'는 생각부터 했을 것이다.

어쨌든 이 모든 것을 박병호가 이겨내는 수밖에 없다. 포스팅 결과가 나오면서 이미 주변의 기대는 커질 대로 커졌고, 보는 눈도 몇 배는 많아졌다. 또 박병호가 한 방씩 때려줘야만 한국이 승리하기 수월하기도 하다. 이승엽도 일본의 TV아사히와의 인터뷰에서 "박병호가 홈런을 치면 한국이 이기고, 그렇지 않으면 일본이 이길 것"이라고 한일전을 전망했다. "엄청난 파워를 지녔다. 저런 선수는 본 적이 없다"는 극찬까지 덧붙였다. 어느 덧 박병호는 그런 존재다. 팀 분위기를 좌지우지하는 대표팀의 핵심 선수가 됐다.

그리고 기대대로 박병호가 베네수엘라전부터 폭발하면 역대 한국 대표팀 중 명실상부 최강의 중심 타선이 완성된다. 컨택트 능력이 뛰어난 김현수, 파워와 정교함을 두루 갖춘 이대호, 찬스에서 홈런이나 희생 플라이로 언제든 타점을 올릴 수 있는 박병호가 버티는 3~5번 라인은 그 어떤 중심 타선보다 강력한 느낌이다. 상대가 받는 위압감도 엄청나다.

그 동안 한국 대표팀이 호성적을 거둔 대회 별로 중심 타선을 보면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서는 3번 이승엽-4번 김동주-5번 김기태였다. 2006 월드베이스볼클래식은 김동주가 갑작스럽게 왼 어깨 부상으로 낙마하며 3번 이승엽-4번 최희섭-5번 이진영이 클린업 트리오였다. 이후 2008베이징 올림픽은 3번 김현수-4번 이승엽-5번 김동주, 2009 WBC는 3번 김현수-4번 김태균-5번 이대호였다. 또한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은 3번 추신수-4번 김태균-5번 이대호가 꾸렸으며, 2014 인천 아시안게임에서는 3번 김현수-4번 박병호-5번 강정호가 중심 타선을 책임졌다.

물론 보는 시각에 따라 이번 대회 중심 타선보다 더 막강한 '삼총사'가 앞선 대회에서 구성됐다고 말할 수 있다. 광저우 아시안게임만 봐도 82년생 동갑내기 '추태호'가 갖는 상징성이 엄청났다. 하지만 서두에 밝힌 것처럼 김현수, 이대호, 박병호는 올 정규시즌을 엄청난 성적으로 마쳤다. 숱한 경험이 쌓이면서 셋 모두 지금이 전성기라는 얘기까지 들린다. 즉, 기술적으로, 정신적으로 '정점'에 오른 상태에서 서로 뭉친 셈이다.

한데 이런 주장이 힘을 얻으려면 결국 박병호가 터져야 한다. 막힌 혈을 뚫을 수 있는 시원한 한 방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지금이 최강의 중심 타선이라는 얘기에 수긍하는 야구팬들도 늘어날 것이다. 모든 건 박병호에게 달렸다.

함태수 기자 hamts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