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프리미어 12에 출전하는 한국야구대표팀을 보면서 많은 이들이 걱정을 가지고 있었다. 특히 마운드에 대한 불안이 컸다.
메이저리거들이 출전하지 못하는 가운데 최고의 멤버를 뽑아 대표팀을 결성하려 했지만 부상 등으로 윤석민 양현종 등 에이스들을 최종 엔트리에 뽑을 수 없었고, 이후 윤성환 안지만 임창용마저 해외 원정 도박 의혹으로 제외돼 대신 장원준(두산) 임창민(NC) 심창민(삼성)이 새롭게 뽑혔다. 프리미어12를 준비하면서 생각했던 마운드에 비해 높이가 낮아진 것은 모두가 인정할 수밖에 없는 사실이다.
타선도 강정호 추신수가 빠졌지만 이대호 박병호 김현수 이용규 정근우 등 한국을 대표하는 타자들이 있어 마운드보다는 걱정이 덜했다.
실제로 4경기를 치른 프리미어12에서 한국 마운드의 불안한 모습은 찾을 수 없었다. 8일 일본과의 예선 첫 경기서 0대5로 패할 때만해도 우려가 현실이 되는 듯했다. 하지만 이후 대만에서 열린 3경기서 한국은 중남미의 야구 강국과 맞서 마운드의 힘을 보여줬다. 11일 도미니카공화국에게 10대1의 승리를 거두더니 12일 베네수엘라에겐 13대2 7회 콜드게임승을 거뒀다. 14일 멕시코전서는 4대3의 1점차 승리를 거뒀다.
4경기에서 11실점(10자책점)으로 평균자책점이 2.73에 불과하다. 12개 팀 가운데 A조의 캐나다(2.25)와 B조 일본(2.25)에 이어 3위에 올라있다. 대만에서의 3경기만 보면 더욱 철벽이다. 25이닝 동안 자책점이 5점으로 평균자책점이 1.80에 불과하다.
류현진 윤석민 봉중근 등 국가대표하면 떠올리던 투수들이 없지만 다른 투수들이 새롭게 국제용으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장원준이 도미니카공화국전서 7이닝 4안타 1실점의 완벽투를 보였다. 차우찬은 멕시코전서 세번째 투수로 나와 3이닝을 던졌는데 아웃카운트 9개 중 8개를 삼진으로 처리하는 괴력을 뽐냈다. 이대은은 베네수엘라전서 5이닝 동안 2실점의 호투로 우완 투수에 대한 걱정을 없앴다.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서 잠수함투수의 무서움을 보였던 정대현은 여전히 마구로 상대 타자들을 꼼짝못하게 하고 있다. 마무리 투수로 활약하는 이현승도 한국시리즈에서의 모습을 그대로 이어오고 있다. 임창민 조무근 조상우 등도 씩씩하게 자신의 피칭을 하고 있다.
8강행을 결정지은 한국은 15일 미국전에서 B조 순위를 결정한 뒤 16일 8강전을 치른다. 도미니카공화국전에서 보듯 마운드가 받쳐준다면 좋은 타선이 언제든지 득점을 할 수 있는 한국이다. 우승은커녕 4가은 가능할까하는 의구심을 가지고 출발한 한국이지만 지금처럼 앞으로도 투수들의 호투가 이어진다면 4강 이상의 성적을 충분히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 됐다. 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