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를 결정할 수 있는 찰나의 순간에 우규민의 재치가 빛을 발했다. 이 순간 우규민의 야구 아이큐(IQ)는 세계적인 천재들의 모임인 '멘사'에 버금갈 정도였다.
우규민은 15일 대만 타이베이시 티엔무구장에서 벌어진 야구 국가대항전 프리미어12 예선 A조 미국과의 최종전 10회초 연장에 등판했다. 승부가 연장으로 접어들자 팀의 여섯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올랐다. 이번 대회는 연장 승부치기 규정이 적용된다. 미국은 무사 1, 2루 상황에서 2번 타자 프레이저를 타석에 세웠다.
적시타 한 방이면 곧바로 실점이 되는 상황. 우규민은 신중하게 승부했다. 볼카운트 1B1S. 3구째로 던진 공을 프레이저가 받아쳤는데 투수 앞쪽으로 얕게 떴다. 투구 직후 앞으로 달려나온 우규민이 글러브만 뻗으면 그대로 잡아 플라이 아웃을 만들 수 있었다.
하지만 우규민은 그 짧은 순간에 복잡한 계산을 했다. 그대로 잡는다면 아웃카운트를 1개 밖에 올릴 수 없다. 1, 2루 주자는 타구가 얕게 뜬 것을 보고 베이스 쪽으로 붙어 섰다. 이 상황은 우규민이 뒤를 돌아보지 않아도 알 수 있다. 여기서 우규민은 놀라운 재치를 발휘했다.
공을 직접 잡지 않았다. 의식적으로 땅에 떨어지게 한 뒤 숏바운드로 공을 잡은 것. 이러면 인플레이가 된다. 1, 2루 주자는 다음 베이스로 뛰어야 한다. 자연스럽게 더블 아웃을 만들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우규민은 공을 잡은 뒤 3루로 정확히 송구해 선행 주자를 잡았고, 3루수가 다시 2루로 던져 두 번째 아웃 카운트를 만들었다. 순식간에 무사 1, 2루가 2사 1루로 바뀐 것이다.
비록 이후 대만출신 2루심의 치명적인 도루 저지 판정 오심이 빌미가 돼 한국이 1점을 허용했지만, 우규민의 재치넘치는 수비 만큼은 세계를 감탄하기에 충분했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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